미혼모가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왜 못 만드나?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입양가정에서 반복되는 아동학대와 사망사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4일 오후 3시, 2016년 발생한 은비사건과 최근까지 핫이슈가 됐던 양천사건을 되돌아보며 아동학대를 막고, 소중한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줌과 유튜브를 활용해 인터넷 라이브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와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의 주최 하에, 서울 종로구 율곡로 커뮤니티센터늘봄에서 진행됐다.
황금명륜 젠더교육전문가그룹 청어람 대표가 사회를 맡아 토론회를 이끌었고, 이설아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 소라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부센터장,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가 패널로 함께해 저마다의 의견을 피력했다.
◇ 은비사건→양천사건... 5년 만에 되풀이 된 입양아동 사망사건
황금명륜 사회자는 "2016년의 대구 은비사건과 지난 해 10월 양천사건은 복사를 한 것처럼 비슷하다"며 "은비사건에는 제도개선위원회도 있었다. 하지만 왜 똑같은 사건이 되풀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2016년 7월 대구에서 은비(당시 4세)는 입양 과정의 사전위탁기간에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사망했다. 양천사건, 일명 '정인이 사건'은 은비사건과 마찬가지로 8개월 영아가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사망한 사건이다. 은비사건과 양천사건의 사이에는 5년이라는 간극이 있지만, 양부모에 의해 입양아동이 사망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에 대해서 소라미 부센터장은 "아이의 엄마로서, 법조인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법을 바꿨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입양가족 당사자인 이설아 대표와 미혼모단체에서 활동 중인 최형숙 대표는 "일반적으로 입양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양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어려움, 문제의 시작이다. 우리가 입양가정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라는 심정을 전했다.
또한 "이 사건은 아동학대와 입양사건 중 어떤 것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소라미 부센터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보호 아동 시스템"이라며 "아동학대, 입양실태, 입양제도 이 모든 것이 보호 아동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했다. 덧붙여 "입양가정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지면 안된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입양은 자연적인 결정이 아니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에게 가족을 맺어주는 과정이다. 그 절차에서 아동이 더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입양가정이 된다는 것? 입양부모가 된다는 것?"
"입양가정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황금명륜 사회자의 질문에 이설아 대표는 "나는 세 아이를 입양했다"고 대답하며 자신이 아이를 입양한 상황을 말해줬다. "상처가 있는 아이를 입양해서 적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큰 딸을 5살 때 입양했고 그 아이가 8살이 될 때까지 매우 힘들었다. 아이는 상처 때문에 엄마의 헌신을 거절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엄마도 어른도 아닌, 작은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괴물 같았다. 여기서 제일 힘든 것은 이 상황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나 빼고 다른 입양가정은 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숨고 무력으로 아이를 혼내게 된다. 나도 딸을 입양했던 초기에는 이런 선택을 했다"며 "이러다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입양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힘들다는 글에 많은 사람들이 '너만 힘든 것이 아니다. 입양은 누가해도 힘든 과정'이라고 말하며 이메일, 전화로 격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설아 대표는 위기가정을 지원하고 위기아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입양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좋은 부모를 골라내긴 힘들다. 기본적으로 잘 검증한 대상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아무도 겪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배우고 이해하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입양의 준비과정은 길고 섬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대표는 "입양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 아이가 가정에 입양됐다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형숙 대표는 입양상담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은비의 친생모도 은비가 입양을 가면 알려달라고 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며 "입양 후 아이가 뇌사상태일 때도 연락을 안했다. 심지어 뇌사상태에서 양부모에게 친권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아이에게는 원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2019년 해외 입양의 100%가 미혼모 가정이다. 미혼모들이 입양상담을 하러 갔을 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원제도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하며 입양상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미혼모가 직접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어떻게 만들까?
황금명륜 사회자는 "은비사건과 양천사건의 경우 아동학대와 입양가정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미혼모 가정에서 입양을 많이 한다면 미혼모의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화제를 전환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로 토론회에 함께한 "나는 7살, 7개월 아들의 엄마"라고 소개한 미혼모 김슬기 씨가 미혼모로서 겪은 입양 상담과정에 대해 말했다. 우선, 입양을 결정한 계기에 대해서 김 씨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부모님이 반대했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며 "상담사 선생님도 바로 입양을 권했고, 아무도 양육에 대해 지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입양을 결정하고, 15일 만에 아이를 다시 데려왔다. "아이가 없으면 나도 못살겠다"는 생각이었다. 김 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을 안 좋게 본다. 반면 남자가 아이를 키운다고 하면 지지하는 분이 많다. 다른 것은 필요없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저는 2005년에 출산했고 미혼모였다"고 말을 꺼냈다. 16년 전 입양상담을 했다는 최 대표는 "입양상담을 할 때 '아이 아빠가 찾아와서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하면 엄마가 책임진다'는 조항이 있었다"며 "상담을 받는 엄마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6년 입양상담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A(익명요청) 씨는 "축복 속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키우기를 결정했지만 현실에서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아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컸으면 했지만, 입양 간 아이들은 원가족 정보를 알지 못해서 찾고 싶어도 평생 고아로 살아가는 케이스가 있었다. 입양상담을 시도 했지만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전화통화만 했다. 친 생모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입양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A 씨는 "입양숙려기간이 7일인데 무조건 입양이 답이라고 말한다"며 "지금은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데 그 누구도 축복해주지 않는다"며 "아이를 키우는 선택에 대해서 축복은 아니더라도 존중을 해줘야 한다. 미혼모들에게는 '따뜻한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나도 상담을 할 때 '이 사람이 내 딸이라면'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함께 해 줘야 한다. 미혼모가 도움을 요청할 때 옆집 아줌마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바꿔야 할까?
2016년의 은비사건과 2021년의 양천 사건, 이 비극적인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법적인 개선이 필요할까. 사회자는 "입양 후 사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설아 대표는 "현재 법률은 입양기관이 1년만 사후관리를 한다. 이것은 아이가 잘 적응하고 발달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것은 단순한 관리. 부모가 무엇이 힘들고 문제인지 이런 시그널을 읽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면 엄마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다. 전문가는 이런 것을 중재해야 한다"고 전문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이 대표는 "입양가정에서는 관리를 감시받는다고 생각해서 기피한다. 그러나 아이가 잘 크는지, 부모가 어려움은 없는지를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현금 혜택이 아닌 입양아동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그런 사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양제도에 대해서 소라미 부센터장은 "현재 입양제도는 1950년 전쟁고아 입양시스템에서 바뀐 것이 없다"며 "지금은 양천사건으로 입양아동의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양제도를 바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입양 당사자들이 무엇이 문제인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 부센터장은 "우리나라처럼 경제적인 상황이 되는데 해외 입양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하며 "2007년에서 2008년 해외 입양아동은 2000명, 최근에는 300명 정도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들은 100% 미혼모 가정 출신이라는 것. 아이들은 흔히 말하는 '고아'가 아니다. 엄마가 있지만 입양을 보내는 것은 우리 사회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소 부센터장은 "미혼모들이 양육과 입양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보통 입양을 결정한다"며 "그들이 한 결정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상담에서부터 입양을 권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 부센터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제도를 개선할 때는 입양기관에서 친생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지, 입양을 가는 것이 좋은지 절차를 진행하면서 심사해야 한다"고 말하며 "양천사건 경우는 아동보호의 관점해서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에 관해서 소 부센터장은 "지금은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면 즉각 분리, 원가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기계적 판단은 의미가 없다. 1회 신고라고 하더라도 중대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 부센터장은 "제주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가 당근마켓에 아이를 데려갈 사람이 있냐고 올린 사건이 있었다. 결국 아이는 입양됐는데, 알고 보니 외조모가 아이를 키울 의사가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상담을 제대로 했다면 친족에 대한 보호 가능성을 최우선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소 부센터장은 "이것이 입양을 민간기관에 맡긴 부작용"이라며 "아이가 잠시 시설에 있으면서 엄마가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보호해주는 제도가 없다. 그냥 고속도로 달리듯 입양하는 것이 문제. 이번에는 입양이 아동보호시스템 안에 들어와야 하고 원가정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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