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지급 땐 소득불평등 심화..생산지표도 타격"
부존자원 없는 韓, 재원마련 세금뿐
급격한 증세로 경제 악영향 불가피
노동 의욕 감소하며 고용률 하락도
경제학자들은 전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주장하기에 앞서 반드시 재원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 한 사람당 한 달에 30만 원만 지급해도 국내총생산(GDP)의 7.35% 수준인 연간 14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개회 이틀째를 맞은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의 과제’를 주제로 기본소득의 경제적 효과, 2050 탄소 중립, 국가 간 자본 이동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발표를 맡은 장 교수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알래스카 등 일부 사례는 석유나 천연자원에서 나오는 재원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반면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생산 활동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원 배분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급격히 올릴 경우 생산 등 거시경제지표는 급격히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문제는 세금 인상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기본소득제도가 오히려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 등은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기준 시나리오와 현금 급여를 없애고 소득세율을 인상하거나 현물 급여를 모두 없애는 두 가지 시나리오, 자본소득세 인상이나 소비세율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두 가지 시나리오 등 다섯 가지 상황을 가정해 살펴봤다. 분석 결과 다섯 가지 시나리오 대부분에서 소득 불평등 심화가 관찰됐다. 세후 소득은 기본소득으로 보완되면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세전 소득에서 큰 차이가 났다. 특히 기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고 소득세율만 올리는 기준 시나리오의 지니계수가 0.514로 소득 불평등이 가장 크게 심화됐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 수치로 나타내는데 높을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노동 의욕 감소는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근로소득이 없는 계층이 많아진 것이다. 또 기본소득 도입은 노동 공급뿐 아니라 저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본소득이 공적 보험 역할을 하면서 저축이 줄고, 장기적으로 자본 축적 감소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국채 발행 역시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 없는 상황에서 살았기 때문에 잊어버린 것 같은데 돈을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거시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돈을 찍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방안 역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탄소 중립 정책에 대해 발표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문제는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돼가고 있다”며 “한국도 탄소 중립을 목표로 경제 운용과 기업 경영 방식을 전환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연구 결과 우리나라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최종 에너지 소비를 지난 2014년 대비 24% 감소시키고, 2050년 필요 발전량 850테라와트시(TWH) 중 태양광과 풍력을 합쳐 81%를 공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 시장 개혁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며 “분산형 및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차세대 전력 수급 구조 구축을 위해 현재 전력 독점 시장 체제와 경직적인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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