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젊은 예술가들, 코로나 뛰어넘어 날아오르다
(부산=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젊음의 거리 홍대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댄서와 뮤지션들이 밖으로 나와 젊음을 뿜어내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후 1년이 지나자 예술과 문화가 공존하던 홍대거리는 긴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무대는 있지만, 관객과 마주할 수 없는 현실이 예술인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관객을 만날 수 없는 예술인들은 그저 SNS를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알리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젊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켜가며 계속 활동할 방법은 없을까.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민락 인디 트레이닝센터에서는 늦은 저녁 수업이 끝나도 쉴 수 없는 청년들이 있다.
이곳은 독립 음악가들에게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서 연습한다. 이날은 20대 초반의 부산예대 학생들과 졸업생이 모여 만든 6인조 그룹인 '달담'의 연습날이다.
달담은 올해로 결성한 지 2년째 되는 부산지역 인디밴드다. 코로나19로 결성한 지 1년도 안 돼 아픔이 찾아왔다.
쏟아지던 공연도 줄줄이 취소됐다. 하지만 연습할 곳이라도 있다는 게 달담 멤버들에게는 그나마 행운이다. 달담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김장환(21) 씨는 "저희는 이 연습 공간이 협소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학교 합주실이 더 협소하고 이 센터에서 마스터링 비용도 지원해 줘서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달담밴드는 저녁 공연을 위해 어딘가로 향했다. 최근 부산에 떠오르는 문화예술의 메카인 상상마당이다. KT&G가 운영하는 상상마당은 다양한 공연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회화 전시, 사진 분야까지 폭넓은 지원을 하는 대형 문화예술 복합문화공간이다.
기존에 있던 홍대 상상마당에 이어 두 번째로 작년 9월, 부산 서면에 문을 열었다.
특히 라이브 홀은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신인 뮤지션들에겐 가뭄 속 단비 같은 곳이다.
이날 무대에는 달담 뿐만 아니라 혼성듀엣 '올옷'의 무대도 준비돼 있다.
아쉽게도 관중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라이브 무대를 경험해 보는 아주 귀한 시간이다. 달담은 곧 선보일 따끈따끈한 신곡으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분출해 낼 예정이다.
상상마당은 많은 부산의 인디밴드들에게 열린 무대기도 하다.
이상민 KT&G 사회공헌실 상상마당 파트장은 "상상 라이브 연습실은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주 2회 총 3주간의 공간을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단순히 무대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음향과 조명, 공연 전문인력 등 기술을 지원하며 실제 공연 상황과 동일한 연습 환경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마당 전시관에서 만난 젊은 화가 조태성(20)씨의 작품 역시 눈길을 끌었다. 최근 조씨는 상상마당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조씨가 부산 상상마당의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예술 복지와 창작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에 들어선 젊은 작가의 작업실은 자신의 방이다. 올해 20살인 조씨는 어릴 적 자폐 판정을 받은 발달장애인이다.
그가 주로 그리는 그림은 공룡부터 고래, 코끼리 등 몸집이 큰 녀석들이다.
조씨의 그림 스타일은 모든 것을 동물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영감이 떠오르는 즉시 주저하지 않고 그려내는데 한글 이름 석 자로도 한 마리의 사자를 그려낼 정도다.
상상마당에 전시된 '꿈과 악몽의 고래'라는 작품은 조씨의 대표작이다.
장애인에겐 더더욱 벽이 높은 예술가의 길이 상상마당의 창작지원 프로젝트 덕분에 조씨는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도 부산 상상마당 건물 앞에는 철저한 방역하에 온라인용 공연이 라이브로 펼쳐지고 있었다. 도심을 뒤흔드는 젊은 뮤지션들의 시원한 버스킹 무대에서 부산 지역 뮤지션들은 잠시나마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기만 하다.
모두가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예술가를 보듬는 이들이 있기에 젊은 예술가들은 오늘도 더 높이 날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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