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측 왜 탄핵당일 녹음파일 공개했나 물어보니
임 판사측 "발언진위 가릴 때 공개하는게 상식적" 전재수 "행위 뿐 아니라 인성도 탄핵감"
김명수 대법원장 언행도 부적절 "사표수리가 삼권분립 위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법관)의 탄핵소추안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가결된 날 그가 9개월전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에서 나눈 대화 녹음파일을 공개해 그 배경이 의문이다.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눈치를 보느라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점이 문제였다면 왜 그 즉시 이의제기를 하거나 문제삼지 않았느냐는 의문이다. 그는 탄핵 발의 후 표결일자가 정해진 후 조선일보가 첫 보도를 한 뒤 대법원장의 반응이 나오니 표결 당일 이를 전격 공개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임성근 판사가 대법원장관의 녹취록을 몰래 녹음해 어제 공개했는데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임성근 판사의 위법, 위헌적 행위만 탄핵감인 것이 아니고 녹취록 공개를 보면서 임성근 판사의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는 탄핵이 이뤄진 것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녹취록 내용을 보면, 징계하기 전에 사표를 내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사회의 오래된 관행을 대법원장이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보도된 임성근 부장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면담 관련 내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하여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역시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임성근 부장판사는 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당일에 대법원장과 녹음파일을 공개했을까. 임 부장판사의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재판개입 직권남용 사건 소송대리를 하고 있는 윤근수 변호사(법무법인 해인)는 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탄핵 당일이라는 것이 그 당시 (김 대법원장의 탄핵 발언여부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는 얘기가 그날 나왔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탄핵관련 언급에 대한 기사가 다 나갔고, 이야기가 돌고 난 상황이니까 그 때 얘기하는 게 맞지 그럼 다 지나가고 나서 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설명했다.
문제라고 생각했으면 그 즉시 문제제기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윤 변호사는 “그게 불거져 나온 것이 임부장이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라며 “흘러흘러 나와서 하다 보니. 임 부장이 처음엔 '뭘 그런 것 갖고 문제 삼냐'고 했는데, 이런 상황(조선일보에 보도된 상황-기자 주)에서.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나오니 사실관계 밝힐 수밖에 없겠다고 (해서 공개하게) 된 건데, 그런 전후사정이 제외하고 얘기를 하니 이해가 잘 안될 것”이라고 답했다.
'탄핵발의를 하지 않을 줄 알았느냐'는 질의에 윤 변호사는 “그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일어난 일을 갖고 연결지으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발의가 안될 것으로 생각해서 공개안했다는 것은 그럴 의도도 없었을 뿐 아니라 누구 말이 맞냐 아니냐 하니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공개한 것”이라며 “탄핵과도 관련이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 대화내용을 조선일보에 확인해주거나 알려준 것은 아니냐는 질의에 윤 변호사는 “조선일보 기사에 임 부장에 확인했을 때 확인못해준다고 보도가 나왔다. 첫 보도에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자 1면 머리기사 '임성근 판사 “사직하겠다”… 김명수 “그럼 탄핵 안되지 않나”'에서 이 내용을 처음 전하면서 임 부장판사가 “일절 확인할 수 없고, 보도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썼다.
'탄핵표결에 임박해서 여론과 국회의원들 마음을 뒤흔들어보고자 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윤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가토 다쓰야 당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7시간 행적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직무유기 혐의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이를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윤 변호사는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은 '위헌이다'라는 말과 달리 비슷하다는 의미”라며 “그런(위헌적 행위)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다투고 있는데, 그렇게 평가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사실의 정확한 평가가 쉽지 않다”며 “탄핵의 요건에 '행위의 중대성'도 포함되는데, 이것 역시 가려봐야 하는데, 국회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를 두고 임성근 부장판사가 “저로선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아니냐. 거짓말쟁이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며 “대법원장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참담한 심정이다. 사법부 수장이 국민에 거짓말을 하는 건 사법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옳지 않기 때문에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를 두고 윤 변호사는 “어떻게 보도가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사는 봤다”고 답했다. 공개하기 전에 공개해야 하는 사유를 두고 상의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윤 변호사는 “공개하기 전에 상의는 잠시했다”고 답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것을 두고 임성근 부장판사는 입장문에서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한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먼저 엄정하고 신중한 사실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공소장과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사실상 법률상 평가를 한 다음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사절차도 생략한 채 탄핵소추를 의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이어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이 될 만한 중대한 헌법 법률위반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녹음파일에 나타난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도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농단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다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다 결국 입법부에 의해 판사가 탄핵까지 당하게 대법원장으로서 책무를 방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녹음파일엔 김 대법원장이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왜 '국회가 설친다' '국회가 탄핵 얘기를 못하지 않느냐'고 국회를 의식하는 발언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공보관은 5일 오후 이 같은 질의에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사법농단의 몸통이라며 사퇴하라고 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5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 사유가 있는 공직자는 스스로 사표를 낼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며 “임성근 판사는 국회가 탄핵으로 그 징계를 대신한 것이고, 대법원장은 당연히 탄핵 심판 대상자의 사표 수리를 거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우 의원은 “만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판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면, 그것이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국회의 법관 탄핵 절차를 무시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주장이말로 반(反)헌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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