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이 돌아왔다..주독미군 감축 중단"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2021. 2. 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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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부처 첫 방문서 연설
전세계 미군 배치 전면 재검토
동맹과 관계 회복 의지도 공언
최대 경쟁자로 中 찍으며 경계
中·러는 '美에 공동대응' 천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취임 후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워싱턴DC 국무부 청사를 찾아 외교정책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전면 재검토하고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예멘 전쟁 지원 중단, 난민 수용 한도 대폭 상향 등을 내놓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우선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동맹과의 협력을 구축하고 국제사회 주도권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취임 후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방문한 국무부에서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한 후 처음으로 외교 분야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구상을 밝힌 것이었다.

우선 그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긴밀히 협력해 국가 안보의 모든 분야를 조율할 것이라며 “미군 배치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독일로부터 어떤 미군의 철수 계획도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만 6,000명인 주독 미군 중 1만 2,000명을 감축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되돌리거나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때 불거졌던 주한미군의 재배치나 감축 문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로 흔들렸던 동맹과의 관계 회복도 공언했다. 그는 지난 2주간 영국·독일·프랑스·일본·한국 등 가장 가까운 지도자들과 통화했다며 이는 동맹과 협력 관행을 다시 형성하고 지난 4년간 무시와 학대로부터 위축된 민주적 동맹의 힘을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라며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외교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역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군사 지원도 중단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대재앙을 만든 예멘 전쟁이 끝나야 한다며 미국은 관련 무기 판매를 포함해 예멘 전쟁에서 공격적 작전을 위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무기 등 군사 지원을 받아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과 전쟁을 벌여왔다. 이 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난민 수용 한도를 연간 12만 5,000명으로 상향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했다. 연간 1만 5,000명으로 대폭 줄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을 되돌리는 것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조건 없는 석방도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고 지칭하며 인권과 지식재산권, 글로벌 지배 구조에 대한 중국의 공격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경우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미국이 난제로 꼽는 북한과 이란 문제 해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대북 정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나는 그 검토를 앞질러가지 않으려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어젯밤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이 과정에서 동맹, 특히 한국·일본과 긴밀히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외교 장관이 이례적으로 미국 문제를 논의했다고 공개하면서 양국 간 전략적 연대 강화를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과의 통화에서 국제 문제에 대한 내정 불간섭이라는 국제 원칙을 지키고 전 세계 및 지역의 전략적 안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왕 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중요한 분수령에 있으며 이럴수록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올해 중러 우호 협력 조약 체결 20주년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통화와 관련해 중러 양측이 대미 관계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소통해 새로운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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