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판 연기금, 빅히트·삼바·키움證은 샀다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 웃돌아
5월까지 매도세 이어질 가능성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 팔고
실적 기대감 높은 중형주 사들여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연기금의 매도 랠리가 멈추지 않고 있다. 29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면서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이 10조 원을 넘기는 등 최장·최대 순매도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연기금은 기존에 보유한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존 투자 계획을 맞추기 위해 비중 줄이기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중형주와 실적주에 대해서는 지분을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연기금 매도세 더 이어질 수도”=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2,008억 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날까지 2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하며 코스피에서만 10조 449억 원을 팔아치웠다. 기간 면에서도 기존의 최장 연속 순매도 일수인 28거래일(2009년 8월 3일~9월 9일)을 넘어섰고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대치다. 지난 2009년 당시 28거래일 동안 연기금이 순매도했던 금액은 2조 6,323억 원에 그쳤다. 매도 강도로 보면 이번 매도세가 4배나 큰 셈이다.
연기금의 기록적인 순매도 행진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의 제한으로 인한 ‘기계적인 매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기금은 국내 증시의 ‘큰 손’ 국민연금을 포함해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교직원공제회·군인공제회·우정사업본부 등을 포함하는데 이들 기관은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자산 비중을 맞추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가 17.3%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쇼크’ 이후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계획했던 목표치를 훌쩍 넘어서는 날들이 계속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부터 거의 매월 1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9.6%까지 늘었다. 게다가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목표치는 16.8%로 더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인 ‘2022년도 자산 배분 목표’가 발표되지 않는 한 연기금의 매도세는 더 이어지리라 보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최근 이례적인 규모로 순매도를 하고 있지만 주요 연기금들의 총자산이 과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점을 볼 때 추가 매도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며 “강세장에 맞게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높아진다면 연기금 순매수 전환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5월까지는 매도 우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형주 팔고 중형주·실적주 담고=연기금의 매도 종목은 주로 코스피 대형주에 몰려 있었다. 연기금의 지난 29거래일간 누적 순매도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3,159억 원), 현대차(601억 원), SK(034730)하이닉스(584억 원), LG화학(494억 원), SK이노베이션(366억 원), 삼성SDI(362억 원), KT&G(262억 원), 현대모비스(228억 원), POSCO(223억 원) 한국전력(191억 원) 등의 순으로 많이 팔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스피 상승세가 시가총액 상위군에 속하는 대형주 위주였다는 점을 볼 때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기간 연기금은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중형주 위주로 순매수를 이어갔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로 1,147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빅히트의 주가는 약 50% 가까이 상승했다. 뒤를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94억 원), 키움증권(039490)(664억 원), LG디스플레이(034220)(504억 원), SK(455억 원), 한미약품(128940)(395억 원), LG이노텍(011070)(334억 원) 등 최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기업들의 주식을 주로 담았다.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30위권에 드는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6위), SK(18위)가 유일했다. 두산퓨얼셀(336260)(431억 원), OCI(375억 원)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에너지주도 많이 사들였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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