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고령자 접종할까.."영국자료 오면 지장없다"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고령자 접종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첫 단추부터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영국에서 이미 고령층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이뤄지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백신 효과 평가로 제시하는 기준(예방효과 50% 이상)을 충족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고령자 접종 여부가 논란인 만큼 추후 논의 결과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에서 고령자가 빠지고, 예방접종 우선순위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는 오늘(5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만 18세 이상 사용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다만, 만 65세 이상에 대한 사용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결정을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로 넘겼습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령층의 접종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국 현지에서 접종하고 있어 조만간 추가적인 데이터가 제공되면 고령층 접종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국과 유럽 당국이 고령층 접종을 승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령층 접종에 신중한 유럽 국가들은 화이자 백신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위험과 이득을 저울질해야 하는데, 사망 피해 최소화라는 목적을 생각한다면 고령층 접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령자 수가 적고 해당 제품의 예방효과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영국 현지 접종에서 고령자 이상 반응 보고가 없으니 안전성도 확인됐고, 예방효과는 전체 접종자와 관련된 문제여서 고령자만 문제 삼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에 참여한 고령자도 수천 명이 넘는데 아스트라제네카는 660명이어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어려워 결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존 접종계획이 이행될지는 예방접종전문위의 논의 결과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그는 "고령자는 면역도 노화되고 당뇨와 심·폐질환이 있어 백신 효능이 떨어지는데, 화이자·모더나는 고령자에게서도 90% 이상의 효능이 있어 고령층에 최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가 딜레마를 겪는 것은 화이자·모더나를 충분히 선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은화 서울대의대 소아의학 교수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문제는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안전성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을 것인지를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고령자 접종 논란을 시작으로 앞으로 '백신 선택권'을 두고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논란은 모든 사람이 화이자 백신을 선호하기 때문에 생겼다고 봐야 한다"며 "화이자 물량이 1천만 개로 정해진 상태인데 백신 결정에 과학이 아니라 정서적인 판단이 개입되면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정부가 백신을 고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데, 향후 예방접종위에서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접종 우선순위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전문가 중에서는 식약처가 무책임하게 전문가들에게 책임을 미뤄 질병청에 부담을 줬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접종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는 판단은 식약처 권한인데 공무원들이 겁이 나서 본연의 역할을 못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65세 접종 여부는 예방접종전문위가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약심의 위원장은 식약처 차장이 맡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 참석한 총 25명 중 7명이 식약처 직원이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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