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GR바이러스 유입 통로?..집단감염 경로 추적 비상
감천항 매일 고위험 10척 안팎 입항, 일반 40∼50척 들어와 불안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차근호 기자 = 부산 감천항 집단감염 사태가 수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감천항 확진자 유전자 분석에서 GR그룹 바이러스가 확인됨에 따라 감천항을 비롯해 부산항만에 비상이 걸렸다.
GR그룹 바이러스는 부산을 비롯해 국내에서 주로 확인되는 GH그룹과 달리 전파력이 강한 해외유입 바이러스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항만 노동자와 외국 어선원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감염경로 추적과 함께 부산항만 방역체계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된다.
감천항의 경우 이미 지난해 러시아 선원과의 접촉에 따른 GR그룹 바이러스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적이 있다.
검역 강화에도 끊이지 않는 해외어선원 감염자 입항
5일 국립부산검역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부산항에 입항한 외국 선박 60척에서 30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부산항에 들어온 외국 어선원의 확진은 지난해 6월 21일 아이스스트림(3천401t)호에서 16명, 다음날 아이스 크리스탈(3천933t)호에서 1명의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쏟아지기 시작됐다.
보름 뒤부터는 카이로스(499t), 레귤호(825t), 크론스타드스키호(2천461t), 미스로브소바호(2천83t) 등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확진자가 줄줄이 나왔다.
주로 확진자가 나온 외국 선박들은 그동안 하역, 수리 작업을 위해 대부분 감천항으로 입항했다.
확진 선원은 러시아 국적자를 비롯해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출신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수산물 하역 작업을 위해 러시아 선박을 타고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지난해 7월 8일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처음 퍼졌다.
러시아 선원 확진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는 GR 그룹인데, 일부 내국인 확진자로부터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당시 페트르원(7천733t)호에 올랐던 선박수리 직원을 시작으로 러시아 선원 연관 지역 확진자만 50여명에 달했다.
이에 국내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방역당국이 뒤늦게 역학조사에 나선 결과, 페트르원호 승선원 94명 중 46명이 확진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번 감천항 집단감염 사례 역시 부산항에 입항한 외국 선박에서 비롯됐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GR그룹 바이러스는 지난해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인 페테르원호 선원에서 나온 바이러스로, 검출 사례는 이번이 두번째"라며 "부산에서 주로 유행하는 GH 바이러스와 유전자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러시아 선원 등 해외 유입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선박만 하루 10척 안팎 입항
그동안 검역소 측은 감천항에 들어오는 고위험 선박 지정 선박과 하선을 원하는 선원이 있는 선박에 대해 전수검사를 진행해왔다.
고위험 선박에는 러시아 출항 등 선박으로 내국인과 접촉이 잦은 원양어선, 냉동냉장선 수리 선박 등이 속한다.
전수검사를 한 선박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모든 승하선 작업이 금지된다.
검역소에 따르면 하루 부산항에 들어오는 고위험 선박은 10편 안팎, 일반 선박은 40∼50척에 달했고, 전수 검사 결과 일부 집단감염 사례를 제외하면 일주일에 평균 5∼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검역소 측은 이번 감천항 항운노조 집단감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두고 "GR 바이러스 그룹으로 분류된다고 해 무조건 러시아 선원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항만을 통한 해외유입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역소 관계자는 "고위험 선박이 아니거나 하선 신청을 하지 않는 선박은 전수조사하지는 않는다"며 "해당 선박에는 대리점, 수리점 직원 등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GR그룹 바이러스가 검출된 확진자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와 부산항 검역 체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시 방역 당국 관계자는 "질병관리청과 협의해 최근 해외 입국 선원들의 유전자 일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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