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가 백수 양성소인가"..취포족 된 20대의 한숨
대학 나와도 37%는 놀아
문과·지방 국립대는 더 암울
취업률 비교적 높은 이공계도
의대·치대로 갈아타려고 재수
전문가 "지식만 전달해선 안돼
과감한 산학협력·현장 교육을"
◆ 코로나發 대학위기 ① ◆
그는 "대학 4년을 다니며 학점도 잘 받았는데, 백수로 지내게 돼 등록금을 대준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취업이 1년 이상 안 되니 낙오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격수업 장기화로 대학이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대학을 나와도 10명 중 4명은 취업하지 못하는데, 코로나19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학교육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침체된 경기 탓에 기업이 신입 공채 대신 상시·경력을 선호하는 구조적인 채용 변화를 대학교육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식 전달 위주의 대학교육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대학 간판'만 내걸고 신입생을 유치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교육 통계 서비스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 취업률(2019년 말 기준)은 63.3%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로 뒤덮였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60%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대학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을 받고도 10명 중 4명은 백수로 전락한다는 얘기다.
취업률 하락이 학생들의 '대학 외면'에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자연·공학계열 학생도 지방 의대·치대·한의대(의치한) 입성을 위해 재수·삼수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라며 "공대 출신이 문과보다 취업은 잘되지만, 공대도 취업 시장에서 뜨는 곳과 지는 분야가 나뉘어 신입생이 반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입생 반수' 움직임은 서울 명문대도 지방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간판' 갈아타기가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전공 공부는 포기하고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이나 공인중개사 등 자격증 취득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취업준비생 1962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여부를 묻는 설문에 응답자 가운데 3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만 보면 과반인 51.4%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대학교육을 외면하는 학생을 줄이려면 4년간 학점을 이수하는 교육 방식보다 취업에 도움이 될 실질적인 교육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장범식 숭실대 총장은 "대학이 학생 취업과 직업 활동에 도움을 주려면 지식 전달 방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상경계열이라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에게 자산 운용 방식을 직접 배우는 등 전문가 그룹을 활용한 직무 역량 강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교수들이 자기 전공과 과목 체계를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예를 들어 역사학과라고 하면 역사 콘텐츠 전달자 등을 키우는 식으로 커리큘럼을 재구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외국 대학처럼 각 전공에서 일정 기간 실무 경험을 거치면 '기술사'라는 자격증을 부여해 프로젝트를 맡기고 연륜이 쌓이면 권위와 대우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학생들이 대학 전공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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