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사무총장 고배 유명희, 차기행보는 혹시..

세종=민동훈 기자 2021. 2. 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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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관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내 남녀동수 내각 구성을 공약했던 만큼 최소한 여성 장관을 늘리는 차원에서 다음 개각에서 유 본부장의 산업부 장관 영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컨센서스(의견일치) 도출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활성화 필요성 등 각종 사안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했다.

바이든의 변심?…유명희 "미국과 긴밀히 협의통해 결정"
바이든 / 사진제공=뉴시스AP
WTO 사무총장은 브라질 출신의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WTO는 사무총장을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를 통해 추대한다.

지난해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 본부장은 그해 10월28일 열린 WTO 주요 대사 그룹 선호도 조사 득표에서 상대 후보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후보에게 뒤졌다. 이후 WTO 회원국들은 특별 일반이사회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차기 수장으로 추대하려고 했지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 본부장을 지지하면서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WTO에서 중국의 영향력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주요 수혜국인 나이지리아 출신 후보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아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상황은 변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보다도 WTO의 기능회복을 통한 다자주의 체제 회복이 먼저라는 분위기가 우세해졌다. 사실상 미국이 비토권 행사를 포기하면서 유 본부장의 거취가 결정됐다는 얘기다.

유명희 다음 행보는…역대 최초 산업부 여성장관?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후보직에서 사퇴했지만 여성인재풀이 부족한 공직사회 상황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내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입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 본부장은 1967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미국 밴더빌트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 총무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1995년 통상산업부(현재 산업부)로 옮겼다. 당시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다.

지난 정권에서도 유 본부장은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시절에는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거치기도 했고 통상 주무 부처가 다시 산업부가 되면서 유 신임 본부장은 서기관에서 국장으로 파격 승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산업부의 시초인 상공부가 설립(1948년)된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1급(고위 공무원 가급)에 오른 여성 공직자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9년에는 대외적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는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 자리까지 올랐고, 문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WTO 사무총장 후보로까지 나서 최종후보 2인으로 경쟁할 정도로 중량급 인사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녀동수 내각 구성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차기 개각에서 유 본부장을 산업부 장관으로 지명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에는 여성 장관이 5명에 달했지만 최근 개각을 통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총 다섯 명의 여성 장관을 교체하면서 현재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등 단 3명만 남은 상태다. 관가에서는 3월께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등의 이유로 물러나게 되면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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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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