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 암투병 노부모 "이번 설에도 오지말거라"..애타는 자식 마음

이상휼 기자 2021. 2.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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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한 아버지 시골서 암투병 중인데 이번 설에도 가지 못할 처지다. 아버지는 오지말라고 하시는데 너무 걱정돼서 꼭 가야겠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50대)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고향에 가지 못할 처지라 요즘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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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날짜 정해 마주치지 말고 귀성" 거리두기 묘안 속출
"설마 신고할 정도로 시골인심이 박하겠나" 배짱 고향행 채비도
설 명절을 엿새 앞둔 5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거리에 명절 기간동안 고향 방문 자제를 권장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1.2.5/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연로한 아버지 시골서 암투병 중인데 이번 설에도 가지 못할 처지다. 아버지는 오지말라고 하시는데 너무 걱정돼서 꼭 가야겠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50대)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고향에 가지 못할 처지라 요즘 고민이 많다. 부모님이 경남 하동에 거주하는데 부친은 암투병 중이다.

정부에서 이번 설에는 '모이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자, 부모님이 먼저 연락와서 "괜찮으니 오지말고 전염병 조심하고 몸 잘 챙겨라"라고 오히려 신신당부했다.

A씨는 장성한 자녀들은 집에 머물게 하고 아내와 함께 귀성길에 오를 계획을 세웠는데, 네 형제라서 모두 모이면 5인을 한참 초과하게 된다.

그래서 A씨 형제들은 묘안을 냈다. 누군가 '형제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으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날짜를 정해 부부 한쌍씩 시골에 방문하면 노부모를 포함 4인이 되니까, 누군가 신고해도 거리낄 일이 없다.

다만 각 형제들끼리는 정 보고 싶으면 따로 일정을 잡거나 어릴 때 뛰놀던 고향집이 아닌 모처에서 비밀스럽게 회동해야 한다는 불편이 따른다.

양주시에 거주하는 B씨(41)는 경북 경주시가 고향인데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작년에 못왔으니 올해는 조용히라도 다녀가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는 "대신 식구가 많은 큰집이나 일가친척집에는 네가 다녀갔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C씨(45)는 "충북 충주가 고향인데 애들 셋을 데리고 이번 설에 미리 가서 어머니를 뵈려고 한다. 합치면 숫자가 5인이다. 게다가 형과 누나네 가족들이 오면 얼굴을 봐야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애들을 데리고 근처 모텔방에 묵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한 뒤 "설마 누가 신고할 정도로 시골 인심이 험하지는 않을 거다"면서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불사할 계획을 밝혔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한 주부가 "부모님과 형제 자매와 함께 식당에 가도 서로 같은 테이블에 앉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번 명절에 거주 공간이 다른 가족들이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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