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스페셜] 고택에서 발견한 한옥의 아름다움
(안동=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사진가 이동춘(61) 씨는 16년째 안동 종가와 고택들을 찍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 집, 종가'라는 제목으로 미국 LA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이 분야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사진인생 45년. 이씨는 고교 시절 한국사진작가협회 콘테스트(고교생분과)에서 대상을 수상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이후 대학에서도 사진을 전공하고 졸업 후 월간 여성지 기자로 일했다.
전업 작가가 된 뒤에는 무엇인가에 이끌린 듯 2005년부터 안동에서 전통 한옥 사진 작업을 했고 최근에는 아예 안동으로 거주지를 옮겨 계속 고택과 종가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열었던 전시들은 '오래 묵은 오늘, 한옥',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 집 종가', 섬김과 나눔의 리더십, 종부', '도산구곡, 예던길', '그림 속을 걸어가다'라는 제목의 전시다.
출간한 책으로는 '차와 더불어 삶', '오래 묵은 오늘, 한옥', '경주, 풍경과 사람들', '신라왕이 몰래 간 맛집' 등이 있다.
그와 함께 안동 군자마을을 찾았다. 500~600년 전부터 광산 김씨가 집성촌을 이룬 곳으로 조선조 안동 부사였던 정구(鄭逑·1543~1620)가 "이 마을에는 군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단다. 광산김씨 예안파 종가 고문서(보물 1018호) 등 군자마을은 문화재가 넘치는 문화유산 마을이다.
광산 김씨 예안파 종택에서 이씨로부터 한옥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는 방법을 배워봤다.
"한옥을 찍을 때는 먼저 느끼는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옥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가 차경(借景)입니다. 밖에 있는 풍광을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문 안에서 밖을 보면 꼭 액자를 통해서 보는 느낌을 받는 겁니다"
이씨의 말대로 제대로 된 풍광이 안으로 들어오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결국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사진의 기본 원리와 맞아떨어진다.
"사진은 기다려야 됩니다. 그림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낮에 그릴 수 있지만, 그것을 밤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진은 밤이 돼야 밤을 담을 수 있어서 기다려야 되는 겁니다. 도를 닦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거죠"
이씨는 안동에 머물며 수백 년 된 고택과 그 주변의 자연, 종가의 관혼상제, 서원의 의례, 종갓집 식구들의 생활상까지 포착해 온 사진가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옛 건축의 미학과 선현의 정신은 물론 전통문화의 정수를 담아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그가 전해준 좋은 한옥 사진 찍기의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눈높이에 맞춰 찍기, 차경의 의미 헤아리기 그리고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여성 작가로서 종가의 제례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종갓집 식구들과 한마음이 될 수 있었던 비법도 '기다림'이었을 것이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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