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들의 은밀한 랜선파티..음성 '클럽하우스' [Digital+]

신현규 2021. 2. 5.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목소리로 세계인과 소통..음성 SNS '클럽하우스'
IT업계 빅샷들의 소통창구
관심있는 주제 방에 접속해
본인이 하고 싶은말 하면돼
테슬라 창업자 머스크 등장
로빈후드 창업자 테네프와
'게임스톱' 설전 벌여 화제
뮤지컬 연습, 퀴즈맞히는방에
일본선 연예인 음주수다방도

한국시간 5일오후 2시 30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다. 그는 약 20분간 최근 잘 팔리는 자사의 가상현실(VR)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2' 이야기와 VR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대화방을 나갔다. 앤드루 보즈워스 페이스북 VR 담당임원이 이 방의 연사로 나서자 그를 응원하러 깜짝 등장한 것이다. 저커버그 출연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클럽하우스 서버는 한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도 '클럽하우스'는 가장 뜨거웠다. 최고의 IT 기업들을 만들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물들이 여기에 대거 등장해 자신만의 '제프 베이조스 이야기'를 털어놨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드롭박스를 창업한 드루 휴스턴 CEO다. 그는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제프 (베이조스)는 IT업계에서 처음으로 워런 버핏처럼 주주들을 상대로 하는 레터를 쓴 인물"이라며 "나는 그런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줄여서 '클하'라고 불린다)는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다. 음성 버전 '트위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에 들어가면 사회자가 여러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는데 방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된다. 여기까지는 카카오톡 음성 단체 채팅방이나 영상미팅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일반 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 소위 말하는 '물 좋은' 파티장에 온 것처럼 이곳에는 인기 있는 사람이나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많다.

예를 들어 지난 1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최근 뜨거운 게임스톱 주식과 관련해 미국 주식 거래앱 '로빈후드'의 블라디미르 테네프 창업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로빈후드가 왜 게임스톱 주식 매수를 금지시켰는지에 대해 다들 궁금해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처럼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실을 머스크라는 유명인과 로빈후드 CEO라는 당사자가 직접 라이브로 설명해주는 것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밖에도 누구나 말을 섞고 싶어하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나 인공지능(AI) 최고 기술자 등이 클럽하우스라는 파티장 안에서 돌아다닌다. 영미권에서 '파티'는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 오락문화인 것처럼 클럽하우스 역시 사람을 사귀고 함께 재미를 느끼는 다른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 그거 그냥 단체 대화방 아냐?"라고 말하지만 직접 사용해본 사람들이 "해봐야 알아. 정말 재미있어"라는 대답을 하는 이유다. 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 창업자도 4일 오전 11시 개설한 클럽하우스 설명방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수많은 사람 속에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목소리라는 수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목소리에는 억양·감정 등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에 그걸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클럽하우스에 깜짝 등장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붉은 원 안).
2009년 이미 인플루언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와인 유튜브부터 시작해 지금은 유튜브 구독자 297만명을 거느린 게리 베이너척은 최근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클럽하우스는 새로운 물결"이라며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것이고 클럽하우스에서 그냥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뛰어들어 마이크를 잡고 파티장을 주도하는 경험을 해 봐야만 정말로 이 소셜미디어의 진면목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중국인 존 리 씨는 "매일 15시간 정도 클럽하우스에 접속해 있다"며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한 소셜미디어"라고 평가했다. 현재 그는 벌써 클럽하우스 내에서 폴로어 1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그가 개설한 '마케팅, 브랜딩 그리고 비즈니스'라는 방은 500~1000명이 항상 접속해 있다.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방은 굉장히 다양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초반에는 넷스케이프를 만들었던 마크 안데르센, 최고의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 회장을 지냈던 샘 올트먼 등을 만날 수 있는 스타트업 관련 대화방이 인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뮤지컬 '라이언킹'을 함께 연습하는 방이 있는가 하면 일본 만화영화 '피카츄' 소리를 흉내내는 방도 생겼다가 없어졌다 한다. 퀴즈를 맞히는 방도 있고 고된 하루를 토로하는 방, 퇴근길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방 등도 있다. 서로 폴로를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된 방도 있다. 일본은 유명 연예인이 술을 마시고 아무 말이나 하는 방도 있다고 한다.

수익화 방법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유료로 진행되는 파티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수익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클럽하우스 내에서는 돈과 직결되는 스타트업 투자피칭이나 코칭이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가 "강아지들을 위한 프리미엄 레스토랑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비슷한 아이템들이 과거에 있었는데 왜 당신의 아이템이 다른 회사와 다른지를 말해보라"는 식의 코칭이 실제로 진행됐다. 수익화 방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인 재닌 식마이어 씨는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인력 9명을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에 소개해 줬다"며 "파티장에서 훌륭한 사람을 만나 채용까지 연결되는 사례가 많은데 클럽하우스를 통하면 더 많은 채용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