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짜파게티 만든 '라면왕' 56년만에 농심 경영서 물러난다

김효혜 2021. 2. 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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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신춘호 회장 퇴진
56년간 맡은 등기이사직 내려놔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이을듯
너구리·짜파게티 등 메가히트
1985년이후 라면 1위 왕좌 굳혀
전세계 K-푸드 열풍 이끌기도
마트에서 신라면을 사는 미국인들. [사진 출처 = 농심]
"나는 서민을 위해 라면을 만든 적이 없다. 라면은 서민만 먹는 게 아니다. 나는 국민을 위해 라면을 만들었다."

이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평소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했다는 말이다. 오직 맛있는 라면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라면 역사를 써온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90세 고령을 이유로 56년간 유지해온 농심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농심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달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영진 부사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신 회장 임기는 다음달 16일까지다.

업계에서는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곧 신임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 회장이 고령이다 보니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등기임원직에서만 물러나는 것일 뿐 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추후 신 부회장이 차기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1932년 울산 출신으로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 동생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에서 장사를 배웠다. 일본 롯데에서 일하다 신격호 명예회장과 마찰을 빚고 1965년 한국에서 롯데공업을 창업해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은 사업이 겹친다는 이유로 동생의 라면사업 진출을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신 회장은 회사 이름을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바꾸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의절했다. 이후 부친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신 회장은 빈소에 가지 않았다. 그 대신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을 보내 자리를 지키게 했다.

[사진 출처 = 농심]
신 회장은 타고난 사업가였다. 뛰어난 마케팅 감각과 탁월한 기획·개발 능력으로 농심을 한국 대표 식품 기업으로 키워냈다.

신라면, 새우깡 등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주요 제품들 모두 신 회장의 기획 아래 탄생한 것이다. 제품 이름 역시 신 회장이 직접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신라면은 신 회장이 자신의 성(姓)인 매울 신(辛) 자를 따서 만들었다.

1970년대 삼양라면의 선풍적인 인기에 맥을 못 췄던 농심은 1980년대에 이르러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너구리(1982년)를 시작으로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신라면(1986년)까지 내놓는 라면마다 히트를 치며 인기를 끌었고 1985년 단숨에 라면·스낵 업계 1위에 올라섰다. 그 후로는 왕좌를 내주지 않고 있다.

또한 선제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지금의 K푸드 열풍을 견인했다. 신 회장은 1971년 라면 수출을 결정했으며, 현재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4개국에 생산과 판매법인, 영업지점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의 라면 신화를 생수 제품 '백산수'로 이어가고자 2015년 중국 옌볜에 백산수 공장을 준공했다.

신 회장은 백산수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생수 1위 브랜드 '에비앙'과 경쟁하고 싶어 한다. 농심 백산수는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약 9.1%로 3위다.

새우깡 1971년 제품 [사진 출처 = 농심]
슬하에 3남 2녀를 뒀고 농심그룹 계열사를 세 아들에게 나눠 맡겼다. 농심은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 율촌화학은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 메가마트는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에게 각각 넘겼다. 2016년부터는 회사 경영을 신동원 부회장에게 대부분 맡긴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주 출근해 현안들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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