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많은 처음 보는 상대에게 성욕 느꼈겠나"..법원의 판단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술에 취한 20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60대 택시기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5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신동헌 부장판사)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68·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의 원심을 유지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2월10일 오후 11시쯤 대전 중구에서 만취한 승객 B씨(22·여)를 태워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B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기억을 잃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 그는 다음 날 아침 모텔에서 눈을 뜰 때까지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모텔을 빠져나온 B씨는 지인들에게 상황을 물어보고 모텔을 다시 찾아 상황을 파악한 뒤 성폭행 피해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당시 만취하거나 잠들지 않았으며 먼저 성관계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만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간음하고 몰래 모텔을 빠져나왔다"며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승객을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성폭력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이가 40살 이상 차이나는 처음 보는 상대에게 술기운에 성욕을 느껴 먼저 성관계를 제안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기억을 잃을 정도로 만취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왔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믿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먼저 몸을 만지고 유혹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내용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형량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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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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