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판사는 파면될 것인가 [전문기자 해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2021. 2. 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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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헌법재판소가 5일 임성근 판사 탄핵심판 사건 심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전날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에 청구서를 냈다. 문제는 임 판사의 임기가 오는 28일 종료된다는 점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맞아 헌재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결론을 낼지 고민 중이다. 헌재 안팎 핵심 관계자들의 설명을 바탕으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를 추적했다.

■임 판사의 행위는 파면할 정도의 헌법 위반인가

앞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두 대통령 모두 적든 많든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파면에 이를 정도가 아니었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하다고 했다.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만 파면이 된다는 기준은, 첫 탄핵 사건인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에서 헌재가 만들었다. 그런데 이 기준이 모든 탄핵 대상 공직자에게 해당하는지는 불명확하다. 헌재 사정을 잘 아는 헌법학자는 “탄핵 대상 공직자 가운데 대통령은 유일한 선출직이다. 헌재가 국민의 신임을 회수할지를 결정하는 일을 하면서 중대성을 고려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법관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헌법 위반이 파면하는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 때 기준보다 경미한 헌법 위반으로도 파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법관 탄핵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지 주목된다.

■임 판사 임기 종료일인 오는 28일까지 선고 가능한가

헌재가 굳이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무리할 이유는 없다고 헌재 사정에 밝은 법조인들은 설명한다. 한 법조인은 “법원에서 재판기록도 받아야 하고 필요한 증인도 불러야 하고, 중간에 설 연휴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달 안에 심리를 마치기 어렵다”면서 “하루건너 기일 잡고 재판관들이 밤을 새우면 어떻게 마칠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임기 안에 파면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만약 임기 안에 심판이 끝나고 결론이 파면이라면 임 판사가 공직에 취임하는데 제한이 생기고 연금도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첫 법관 탄핵심판이라는 사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사건을 서둘러 처리할 이유가 적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헌재가 오는 28일까지 탄핵심판을 마칠 가능성은 낮다.

지난 4일 국회는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석태 재판관을 주심으로 정하고 심판에 착수했다. 지난달 28일 선고 당시 헌재 대심판정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8일이 지나 선고하면서 파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나

헌재가 임 판사 임기가 끝나는 28일 이후에 선고하면서 헌법 위반과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주문(主文)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헌법학자가 있기는 하다. 한수웅 전 중앙대 교수는 “당사자의 사임, 퇴임이나 해임은 탄핵소추절차 및 탄핵심판절차의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헌재가 “피청구인 법관 임성근을 파면한다”거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미 파면 대상에서 벗어난 임 판사에게 실질적 법률 효과가 있는 결과를 내놓는 것은 어렵다. 특히 민간인이 된 임 판사에 대해 ‘파면이 맞다, 틀리다’고 쓰면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결론을 각하로 내면서 임 판사 행위를 판단할 가능성

최근 헌재 분위기를 보면 가능하면서도 유력한 방안이다. 첫째 주문에 각하라고 쓰고 둘째 주문에서 위헌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헌재가 최근 개발한 방식이다. 지난달 선고된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지원사업 배제 지시 헌법소원 사건이 참고할 만한 예다. 이 사건에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가 폐업해 심판할 실익이 없었다. 이에 헌재는 첫째 주문에서 “심판절차는 2018·6·30 위 청구인의 폐업으로 종료되었다”며 사실상 각하했다. 그리고 나서 둘째 주문을 만들어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도록 한 일련의 지 시 행위는 위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각 위헌임을 확인한다”며 인용했다. 헌재가 이번 임 판사 사건에서도 이 같은 선례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임기가 종료된 임 판사가 파면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한 어렵고 복잡한 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임 판사 행위에 위헌성이 있다 해도 파면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되면 각하를 선고하면서 다른 설명을 안 할 수도 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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