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건축 구조용 목재 가격, "지금 집 지어도 될까요?"

신기영 2021. 2. 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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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목재 수급 주의보!

북미산 목재 구조재 가격이 반 년째 고공행진 중인 요즘, 목조 건축 현장에서 보는 상황과 가격 상승의 원인을 진단한다.


목재 가격, 얼마나 올랐나

우리나라 목조건축 대부분의 골조를 이루는 북미산 구조재 가격이 근래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량목구조 주택 구조재 대부분을 수입해오는 북미 현지에서는 작년 상반기 미화 $500 수준이었던 서부 S.P.F. 2×4 2&BTR 구조재 1mfbm(=1,000fbm=2.36㎥) 가격이 지난해 여름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도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가을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북미 현지에서는 미국 추수감사절 및 연휴를 맞아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연말에 다시 반등해 현재는 1mfbm당 예년 대비 80~90% 높은 $900에 형성되고, 이 가격에서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미산 목재 가격은 휘발유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처럼 가격 변동이 잦은 품목 중 하나였고, 국내외 건축 및 목재 산업 전반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목재가격은 전반적으로 건축 성수기인 여름과 가을까지 오르다가 겨울에 접어들면서 안정화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번에는 겨울의 반이 지나도록 내려가지 않고 있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대로 건축 성수기인 봄을 맞이하면 목재 가격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평상시와 다른 가격 흐름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크게 공급, 수요, 운송 등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Madison’s Lumber Repoter 북미 주요 수종별(좌), 주택 건축 동수(우) 대비 구조목 가격 추이. 최근 가격이 크게 올랐음을 볼 수 있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 I : 현지 공급의 부족
#코로나19 #기후변화 #생산원가

우선 작년부터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특히 북미에서는 강력하고 길게 봉쇄 정책이 이어졌고, 목재 산업 시설의 가동률이 저하되었다.

거시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캐나다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기온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겨울 추위로 상당수 사멸하던 해충이 월동에 성공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소나무좀, 가문비좀 등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목재 생산의 중심지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만 지난 15년간 약 7억3천만㎥로, 미국에서 주택 900만채를 지을 수 있는 분량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고온건조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캘리포니아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 삼림에 화재가 발생했다.

소나무좀벌레의 충해를 입어 검고 노랗게 말라죽은 소나무 숲

한편, 이와는 다르게 생산자 측면에서 시장 가격의 조정이 이뤄지는 중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미 목재를 생산 및 유통하고 있는 기업 ‘캔포(Canfor)’의 한국지사 캔포코리아 관계자는 “생산원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그간 제재목 가격이 낮게 형성되어온 측면이 있다”며, “이로 인한 생산자들의 생산량 감축도 가격 인상과 수급 불안정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 II : 현지 수요의 증가
#사회적_거리두기 #현지건축호황 #재택근무

공급이 줄어든 데 겹쳐 북미 현지 수요 증가도 가격 상승에 크게 일조했다. 평년 겨울은 점차 건축 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들어 가격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시기였지만, 이번 겨울은 평소와 다르게 주택 건축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택 건축 및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한때는 구조재가 입고되는 대로 품절되는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으며, 지금도 공급이 현지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라고.

근래 해상용 컨테이너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라 운송비에 영향을 줬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 III :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규모 #국산목재 #운송비 #컨테이너

물론, 우리나라 목재 시장의 변수도 지금의 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은 비교적 작은 국내 목조 주택 시장이다. 우리나라 목조주택 착공 동수는 2020년(1~11월) 한 해에 약 7,500여 채 정도로, 한 달에 3~4만여 채 지어지는 일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편이다. 여기에 일본의 경우 건축용 목재를 수입해도, 자국산 목재가 시장의 상당 부분(7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시장 규모만큼 수입의 규모도 커 북미 목재 생산자와의 가격 협상력이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목조주택 시장 규모가 작고, 국산 구조목의 존재감이 약해 수입에 대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해외 요인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운송비의 상승이다. 우리나라의 한때 물류를 책임진 대형 국적 선사가 2017년에 파산하고, 그 이후 코로나19로 물류가 대폭 증가해 컨테이너 가격이 상승했다. 구조목은 현지에서 가공해 컨테이너에 적재돼 국내로 들어오게 되는데, 20ft 컨테이너 1대 가격이 올해 초 $1,800에서 현재(2020년 12월 기준) $3,000까지 치솟은 것이다. 때문에 북미에서 태평양을 건너오는 물류비가 상당히 올랐다. 작년부터 국내에서도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면서 내륙운임비용이 소폭 오른 것도 또한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작년 가을부터 오른 목재 가격… 평균 건축비 평당 50만원 올라

목재 가격 변동이 불러오는 변화
#건축비상승 #수익성악화 #비인증목재

목재 가격의 급등은 건축주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건축 구조용으로 쓰이는 OSB를 예로 들면 평년에는 건축 현장 도착 가격 기준으로 1장당 18,000~22,000원 선에서 오가던 것이 현재는 2배가 넘는 5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 골조 전반으로 확장하면 통상적인 건축 규모인 경우 100㎡에 과거 2,000만원이었던 비용이 4,000만원으로 올랐다. 1평당 5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구조목, OSB 등 대부분의 목재 가격뿐만 아니라 수입 자재들 상당수의 가격이 올랐다.

주택 전체 건축비에서 골조는 약 10% 정도로, 일각에서는 목재 가격이 높아져도 목조건축 시장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 가을부터 가시화된 목재 가격 인상과 우리나라의 2020년 목조주택 착공 동수의 추이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난 및 생산의 어려움이 목재 외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건축 자재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빠듯한 예산 안에서 건축을 해야 하는 건축주라면 부담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현장에서는 수입량 자체가 예년보다 부족해져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공기를 맞추는 데에도 상당수 시공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020년(1~11월) 국내 목조주택 착공 동수 추이. 목구조 가격 인상이 주택 착공 동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공사에도 이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시공해온 ‘꿈꾸는목수’의 소태웅 대표는 “기존 계약 물량에 따라 시공해야 하는 시공자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각오하거나, 구조를 바꿔서 시공하기도 하고, 영세한 시공사는 아예 시공을 포기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이를 기회로 삼는 분야도 있다. 중목구조는 그간 경량목구조보다 상대적으로 건축비가 비싸다고 알려졌지만, 근래 북미산 구조목의 가격이 오른 반면, 중목구조용 프리컷 구조재는 크게 오르지 않아 중목과 경량목 건축비 차이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 반응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목조주택 시장에서 중목구조가 보폭을 넓히리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편, 북미산 목재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럽산 구조목이 상당 부분 수입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많이 퍼져있지만, 이는 실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유럽산 구조목은 2019년 초 낮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일시적으로 늘리긴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는 북미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에 캐나다산 목재와 건축 기술을 알리고 있는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의 황태익 전무는 “북미산 구조목의 높은 가격을 틈타 암암리에 수입되는 일부 저가 구조목 중에서는 정식 기관의 인증이 없는 소위 ‘도장 없는 목재’가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 성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이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ZOOM IN ‘도장 없는 목재’란?

북미산 또는 북미식 규격으로 생산되는 목재는 산지와 수종에 따라 강도나 함수율, 열처리, 생산자 등 성능 데이터를 만들어 정식 기관의 인증과 함께 유통되고 있다. 이는 구조 설계 및 시공에서도 신뢰성 있는 자료로 활용돼 모든 목재를 전수 검사하지 않아도 그 성능을 믿고 사용한다. 때문에, 이런 인증이 없는 ‘도장 없는 목재’는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보여도 추후 골조 관련 신뢰도를 저하하고 하자를 불러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목조주택 구조목 가격 전망

앞서 소개한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원인들이 단시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높은 구조목 가격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의 전통적인 봄철 건축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수요가 유지되거나 더 증가하고, 백신이 배포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불안정도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물류 및 컨테이너 수급의 어려움도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운 부분이다.

캔포코리아 관계자는 “생산 환경이 예전 그대로 복구된다고 해도 북미 생산자들 사이에서 ‘목재 단가 현실화’라는 인식이 있으며, 이로 인해 가격까지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다 북미 국가들의 벌채 허가량 조율을 통해 공급을 늘릴 수도 있는 만큼 가격이 앞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가격 추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내 건축주나 시공사 차원에서는 가격 변동 상황을 주시하되, 주택 구조에 대한 보다 열린 비교나 합리적인 건축 비용 절감에 대한 고민, 그리고 비용에 대한 건축주-시공사 간 상호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움말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 www.canadawood.or.kr
꿈꾸는목수 www.woodenhouse.kr
캔포코리아 ltd.


취재_ 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2월호 / Vol.26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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