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위성 수명 길어야 1년..그후엔 떠다니는 '흉기'로 돌변 [Science]

총알의 10배 속도, 충돌때 피해 커
3만4천개 추정..천체관측 방해도
쓰레기 수거 전용위성 상용화 박차

소형 위성 발달로 '우주 개척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우주쓰레기에 대한 염려도 나오고 있다.

우주쓰레기는 수명이 다해 궤도를 부유하는 위성이나 그 파편을 뜻한다. 이들은 총알 속도의 10배인 초속 8㎞로 궤도를 떠다닌다. 아주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며 별자리나 천체 관측을 방해하고 활동 중인 위성과 충돌하기도 한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현재 이 같은 우주쓰레기는 3만40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주쓰레기에 대한 걱정을 증가시키는 건 단연 소형 위성이다. 소형 위성은 여러 개가 동시에 발사되며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중대형 위성은 수명이 10년 이상씩 되지만 소형 위성은 수명이 1년 정도에 그친다. 소형 위성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위성이 발사된다. 이로 인해 수명이 다한 위성이 그대로 우주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파편이다. 작동하지 않는 위성끼리 충돌하거나 파편에 부딪치면 위성이 부서지며 나오는 파편들이 또 우주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수명이 다했기 때문에 통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주쓰레기 문제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천문학자들이다. 우선 햇빛이 위성에 반사되며 나오는 작은 빛이 천문학자들의 천체 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암흑물질, 소행성 등 여러 천문 현상을 연구할 미국 대형시놉틱관측망원경(LSST)은 광범위한 하늘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중간에 위성이 있으면 실질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위성통신에 사용되는 전파가 우주 관측에도 쓰여 전파를 이용한 천체 관측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주쓰레기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더딘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국제우주파편조정위원회(IADC)나 유엔에서 우주쓰레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25년 내에 지구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고 구체적 기준이 부족하다.

박창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우주쓰레기에 대해 국제적으로 함께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전에 만들어진 규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현재 속도로 소형 위성이 발사되면 우주쓰레기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가장 많은 우주쓰레기를 만들 것으로 지목된다. 위성 수만 개를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스타링크 프로젝트' 때문이다. 물론 스페이스X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다. 우선 머스크는 빛 반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성을 검은색으로 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스타링크 위성은 모두 추진체를 갖고 있어 수명 연한이 가까운 위성들을 몇 달에 걸쳐 궤도에서 이탈시킨 뒤 지구 대기로 끌어들여 태워버릴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위성이 고장 나도 이같이 1년에서 5년 안에 지구 대기에 진입시켜 태울 계획이다.

우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 우주쓰레기 해소법으로 작살이나 그물을 쏘거나 로봇팔로 쓰레기를 수거한 뒤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우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ESA는 이를 위해 민간기업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와 약 1137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2025년 우주쓰레기 수거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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