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주가 폭락' 원흉? 주린이가 모르는 공매도 '오해와 진실' ②
● 우리나라는 '상환 만기'가 없다?…"반은 맞고 반은 틀려"
공매도 폐지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고 있지 않는 이유는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매도 세력이 '상환 만기'가 없는 우리 주식시장을 놀이터 삼아 뛰놀고 있단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선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할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의 '버티기'가 가능하단 주장입니다. 물론, 일부 맞는 말도 있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도 있습니다.
먼저,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상환 기간'을 못 박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식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는 장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양자 간 합의로 계약이 성립됩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대차거래시장에도 '상환 기간'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제대차거래 표준약관(GMSLA)에서도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언제든 '상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연장'이 가능한 것 아니냔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바로 주식을 빌리는 기관과 빌려주는 곳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식을 빌려준 기관이 중도상환을 요청하는 경우 주식을 빌린 기관은 반드시 상환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게임스톱 매수운동' 과정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A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선 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 속에 B 회사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A 헤지펀드에 주식을 빌려준 B 기관의 입장에선 주식을 다시 돌려받은 뒤, 높은 가격에 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국, 주가가 급등 했을 때, 다시 하락할 때까지 공매도 세력이 버티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을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주식을 빌려준 기관에선 굳이 "주식을 빨리 돌려달라"고 압박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빌린 헤지펀드는 원래 전략대로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는 '숏커버링'을 통해 빌린 주식을 되갚을 겁니다. 공매도에 나서기 전 수익 실현 구간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물론, 문자 그대로만 보면 '상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주장은 일부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해 이뤄진 모든 공매도 거래에 대한 '상환 기간'을 살펴보니, 60일 정도가 평균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 증거금 없이 주식을 빌릴 수 있나?…"투자자들의 오해"
일부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기관의 경우 주식을 빌릴 때 증거금이 필요 없다는 내용의 눈에 띕니다.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87조에도 "위탁증거금의 징수율과 그 징수방법은 회원이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자칫 "주식을 빌리는 데에는 담보가 필요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금융위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식거래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에 확인해 본 결과 어떤 기관이나 증권사도 공짜로 주식을 빌릴 순 없습니다. 보통 100만 원어치의 주식을 빌리기 위해선 135만 원 상당의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증거금률이나 담보비율이 낮을 수는 있겠지만, 공짜로 주식을 빌리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도 증권사가 정하는 증거금률에 해당하는 현금 또는 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공매도 거래(신용대주거래)가 가능합니다.
● 우리나라만 T+2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T+2일 결제방식'이란 매도한 주식이 현금으로 바뀌는 데에는 이틀이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독일, 홍콩 등 개방된 자본시장을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T+2일 결제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시간대가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활한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T+2일 결제시스템을 사용해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단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기관·외국인 등이 T+2일 결제시스템을 악용해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팔고, 그날 바로 매수하는 방식의 불법 공매도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만큼 한국거래소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3월부터 점검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책임은 금융기관의 몫
오는 5월 3일, 공매도 일부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찬성은 24.0%, 반대는 60.4%로 나타났습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과 우려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기관에선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단 입장입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금융기관은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취재파일] '주가 폭락' 원흉? 주린이가 모르는 공매도 '오해와 진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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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fact8@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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