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신인 가산점 '무용론'..얻은표 적어 20% 더줘도 역부족
"비전스토리텔링PT 관심 못 끈 탓도..다양한 시도로 인지도 한계 넘어야"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국민의힘이 5일 발표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본경선 진출자는 예상대로 대부분 기성 정치인들이었다. 신인 가산점과 신인 트랙 등 국민의힘이 전격 가동한 정치신인 배려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80%와 책임당원 투표 20%를 합산하고 여성 혹은 정치신인 가산점을 환산한 결과 서울에서 나경원·오세훈·오신환·조은희 후보에게 본경선행 티켓을 부여했다.
서울 예비경선 진출자 8명 중 유일한 정치신인이었던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신인 가산점 20%를 부여받았음에도 예비경선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7등과의 격차도 작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신인 가산점만으로 기성 정치인의 벽을 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어느 정도 표를 받아야 그 득표수의 20%가 더해지는 것이다. 기본 득표 자체가 높지 않으니 가산점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나경원 후보의 경우에는 여성 가산점 10%를 받지 않았어도 이미 큰 차이로 2위 후보를 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인 배려 제도가 큰 힘을 쓰지 못한 것은 부산도 마찬가지였다. 박민식·박성훈·박형준·이언주 후보가 본경선 진출을 확정지었고 이 중 박성훈 후보는 정치신인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박 후보는 정작 신인 트랙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본경선에 진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한 선거구에 정치신인 출마자가 2명 이상이고 이 중 아무도 본경선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최다득표 신인 1명을 본경선 대상자에 추가로 올리는 '신인 트랙'을 가동하기로 했다. 서울은 예비경선을 치른 정치신인이 이승현 후보 한 명이었기 때문에 신인 가산점을 부여하는 데 그쳤지만 부산은 전성하 후보와 박성훈 후보 등 두 명이었기 때문에 그 중 한 명은 무조건 본경선에 진출하기로 돼있었다. 그런데 박 후보가 자력으로 4위 안에 들면서 신인트랙을 가동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부산 경제부시장을 지낸 박 후보의 이력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은 정치 신인의 기준을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정했다. 경제부시장은 선출직이 아니기 때문에 박 후보는 정치 신인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부산에서 인지도는 여느 기성 정치인 못지 않았던 것이다. 박 후보를 엄격한 의미의 정치 신인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 광역단체 선거 같은 굵직한 선거에서는 인지도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이번처럼 책임당원과 일반시민에게 선택권을 맡기더라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후보처럼 기존에 자신의 경력을 가진 경우에는 신인트랙이 있으나 없으나 본경선에 올라간다. 그렇지 않은 무명의 신인을 우리가 신인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정치에서는 특히 광역선거에서 신인이 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후보들의 인지도 다툼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국회의원 선거는 인물보다는 정당을 많이 보지만 대선이나 광역지자체장 선거는 인물도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긴다"며 "여기서 갖춰야 할 것이 당내 기반과 인지도인데 국민의힘이 말한 '공직선거 출마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이 이를 모두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다원주의를 정치판에 실제로 구현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유능한 새 인물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은 공당이 풀어나가야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지난달 진행한 비전스토리텔링 발표회가 기대와는 달리 시민들의 관심을 충분히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당 지지층이 아닌 일반의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어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신인 발굴 차원에서 신인 트랙도 열어둔 것을 보면 알겠지만 공관위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비전 스토리텔링은 발상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평소에 꾸준히 우리 당과 경선에 관심을 가져온 아주 작은 비율의 시민들만 끌어모았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강조했듯 새 인물이 새 유권자를 데려온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yoo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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