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윤석열 사이 묘한 공기, '여우와 두루미' 인사?

조해수 기자 2021. 2. 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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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접시', 월성 원전 등 수사팀 해체
박범계의 '호리병', 이성윤 지검장 등 친정부 검사 좌천-징계

(시사저널=조해수 기자)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는 어떨까. 강(强) 대 강 대치로 일관했던 추미애 전 장관의 '시즌2'에 그칠까. 일단 지금까지 박 장관의 모습은 추 전 장관과는 다르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한다. 앞으로도 추다르크식 '돌격 앞으로'는 없을 듯 보인다. 그렇다고 대립 관계가 본질적으로 해소될 리 없다. 박 장관 역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첫 시험대는 검찰 인사다. 현재 박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엔 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이 서로에게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보였던 것과는 다르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웃고 있다. 마치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처럼.

ⓒ시사저널 이종현·박정훈

朴-尹, 웃음 뒤에 감춰진 칼

박 장관은 2월2일,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의견 듣는 걸 형식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면서 "윤 총장과 두 번은 만나겠다"고 밝혔다. 반면 추 전 장관은 어땠는가. 검찰 인사는 검찰청법 34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에 따라야 한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2일 취임한 후 6일 만에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서, 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윤 총장을 법무부로 호출했다. 윤 총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이 명(命)을 거역"했다고 말했고, 윤 총장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최소한 박 장관 때는 이런 소모적인 대치는 없었다. 박 장관과 윤 총장은 관례에 따라 과천 법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인사를 논의했다. 문제는 역시 내용이다. 여우가 두루미를 집으로 초대해 환영할 때까진 모양이 좋았는데 식탁에 차린 음식이 문제였던 것처럼.

여우는 길고 뾰족한 부리를 가진 두루미가 먹을 수 없는 접시에 음식을 내놨다.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접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대표되는 정권 관련 수사팀의 해체다. 윤 총장은 정권으로부터 외압을 막는 것이 검찰총장의 책무임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윤 총장도 법무부 장관 인사를 막을 힘은 없다. 지난해 추 전 장관은 두 차례 인사를 통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팀을 공중분해했다.

"총장 없으면 인사에서 수사팀 공중분해"

그러나 이번 인사에 대한 윤 총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인사는 윤 총장의 임기 중사실상 마지막 인사다. 지난해 말 터진 '윤석열 징계 사태'는 윤 총장에게 인사와 관련해 배수진을 치게 만들었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하며 "(검찰총장이 자리를 비우면) 월성 원전 등 중요 사건 수사에 큰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1월 인사에서 수사팀이 공중분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사건 중 월성 원전 사건을 콕 집은 것이다. 실제로 윤 총장은 직무배제 효력 중지 판결로 업무에 복귀한 지난해 12월1일, 가장 먼저 월성 원전 사건을 챙겼다. 그는 대전지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결재안에 승인했다.

윤석열의 역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접시' 식사를 마친 두루미는 다음 날 여우를 집으로 초대했다. 이번 식사에서는 여우가 먹을 수 없는 '호리병'에 음식이 담겨 나왔다. 박 장관에게 호리병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대표되는 친(親)정부 검찰 간부에 대한 징계 혹은 좌천 요구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유착 의혹을 시작으로, 이 지검장은 대놓고 윤 총장의 수사지휘를 거부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입시용 허위 인턴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판결문에는 이와 같은 정황이 자세히 나온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최 대표를 기소하라는 윤 총장의 지시를 세 번이나 어겼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적시한 검찰청법을 들이대면서 윤 총장이 이 지검장의 배제를 요구하면 박 장관도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밖에 '윤석열 찍어내기'에 나섰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의 이종근 형사부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 한동수 감찰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등도 윤석열이 내놓을 호리병 식사의 메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박 장관이 이들을 내치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이 '포스트 윤석열' 시대를 이끌어 갈 인물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 지검장을 또 한 번 유임시키면, 문재인 정부가 이성윤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낙점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지식공작소 제공

"윤석열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윤석열은 누구인가?"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후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빼놓고는 이 피 튀기는 전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발간된 《윤석열 국민청문회》는 윤 총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국민을 대신해 지식공작소 정세분석팀이 가상청문회를 열어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윤석열'을 주제로 첫 번째 출시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의 뿌리를 흔드는 사건들에 대한 상세 내용과 검찰 공소장도 들어 있다. 무엇보다 윤석열 총장이 국민에게 보내는 가상의 편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저와 관련한 사항으로 불편하게 해드려 마음이 무척 무겁다는 말씀도 드려야 되겠습니다…그러나 저는 똑같은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고집이나 독선, 오만이 아니라 저의 신념과 사명감 때문입니다. 저는 욕심이 없습니다. 이해타산을 따지거나 재는 성격도 아닙니다. 옳으면 하고 진실이면 따릅니다…저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이지 문재인 정부를 위한 검찰총장이 아닙니다. 저는 오직 국가와 국민에 충성할 뿐입니다…임기가 끝날 때까지 올바른 길을 가겠습니다. '옳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백년을 살아도 하루를 살지 못한 것과 같다'는 성인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책을 기획한 황인혁 지식공작소 실장은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왜곡돼 있는 것 같다"면서 "윤석열이라는 인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것이 이 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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