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독하나" 선명해진 정세균..친문 끌어안고 대권 앞으로
문대통령과 오랜 협력관계..文정부 성과, 곧 정치적 자산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온화한 성품으로 널리 알려진 정세균 국무총리의 목소리가 요즘 들어 부쩍 커지고 선명해졌다.
각종 민감한 국정 현안은 물론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공격에 대해선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 엄호에 나서고 있어, 대권 도전을 앞두고 '친문' 지지층과의 거리 좁히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 총리는 전날(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어떻게 매사를 그렇게 해석하나. 외교활동을 선거와 결부시키는 것은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역정을 냈다.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답게 의원들의 웬만한 질의를 원만하게 넘어가는 정 총리지만, 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질의에는 다소 격앙해 반박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모습이 지난달 8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긴급현안질의에서도 있었다. 당시 정 총리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를 13차례 지시했다고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는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하자 "뭘 떠넘기나.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이 "내게 묻지 마라. 내가 질의하는 상황"이라고 물러서지 않자, 정 총리는 "질의는 좋은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국가원수에 대해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문 대통령에 대한 정 총리의 엄호는 우선 내각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국정운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대응이 호평받으면서 한때 70%까지 치솟았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정,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코로나19 재유행 등을 겪으며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 논란까지 더해져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정 총리는 지난해부터 주요 현안에 대해 공개 사과하거나 해명하면서 민심을 달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사과했고, 지난해 9월 독감 백신 상온노출 문제나 지난달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등 각 부처 현안에 대해서도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또 '추-윤 갈등'이 격화하자 지난해 11월에는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건의하거나 추 전 장관, 윤 총장을 공개 질책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했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해명하지 않는 등 대응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총리가 직접 나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정 총리의 이런 기류를 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정치적 고려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한다. 정 총리가 대선전에 뛰어들 경우 총리 재임 경력은 곧 최대의 정치적 자산이 된다. 코로나19 방역 성공과 경제 회복·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정 총리 본인의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울러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친문'의 마음을 얻는 것이 선결과제다. 대표 친문 주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심에서 댓글 공작 혐의 유죄 판결을 받으며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거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거칠게 대립한 이후 친문과의 정서적 거리를 완전히 좁히지는 못하고 있고, 이낙연 대표도 초대 총리로 발탁되기 전까지는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어 친문 주자로 보기는 어렵다.
정 총리는 6선 의원과 국회의장 등을 거치며 본인의 계파를 형성한 정치인이지만, 범친노로 분류되며 문 대통령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문 대통령과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으나, 이후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는 등 이 지사나 이 대표와 비교해서는 친문에 좀 더 가깝게 서 있다.
2017년 대선에서도 강기정 전 정무수석, 전병헌 전 정무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당내 '정세균계'로 꼽히는 인물들이 당시 문 대통령 선거캠프에 합류해 지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정 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 상황을 안정시켜 문재인 정부의 성과를 높인 후 대선 경선에 도전할 경우 친문 진영의 지지를 끌어내 경쟁자들과 승부를 겨뤄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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