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일단락에도..'성과급 논란' 확산 왜?

신중섭 2021. 2. 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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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4일 기준 개선 등 노사합의
SKT·LG에너지솔루션 등 갈등 확산 양상
"누군 직장 잃었는데"..상대적 박탈감 지적도
전문가 "기준 확립 맞지만 노사협상식은 안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SK하이닉스(000660)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이 산업계 전반으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동종 업계의 실적과 지급 규모를 고려할 때 성과급 액수가 지나치게 적고 지급 기준조차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로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습이지만 SKT(017670), 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 잡음이 잇따르고 있어서 성과급 지급을 앞둔 기업들도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화상 연결 방식으로 M16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급한 불 껐지만 산업계 확산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전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매입 권리를 제공키로 하고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개선키로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연봉의 2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공지가 나오자 호실적에 비해 지급 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연봉의 47%) 성과급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고 항의했다. 특히 지급기준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84% 늘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입사 4년차라고 밝힌 직원이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에 공개 항의 메일을 보내는 한편 삼성전자 등 경쟁기업 경력직 지원 인증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온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자신의 연봉을 반납한다고 밝힌 후 이석희 사장도 앞으로 소통을 늘려나가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자 SK하이닉스 노사는 결국 △PS 기준 개선 △우리사주 지급 △300만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합의했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논란 진화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불씨는 다른 기업들로 번지고 있다. 최근 SKT는 현금과 자사주 중 선택을 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8% 성장했음에도 사측 계획을 토대로 직원들이 성과급을 자체 계산해본 결과 금액이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SKT 노조는 박정호 CEO에게 성과급 지급 규모의 재검토와 산정 기준의 폐기, 구성원 대다수가 평균 금액을 받지 못하는 지급방식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 4일 사측은 모든 직원에 300만 복지포인트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은 눈앞의 위기만을 모면하고자 복지포인트 지급을 제시하며 노조와 구성원을 무시하는 행태를 자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 등 성과급 지급 부작용 지적도

LG화학(051910)에서 지난해 분사한 배터리 전문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측이 노사협의 과정에서 기본급의 245%를 성과급으로 제시하자 같은 회사였던 LG화학의 300~400%에 비해 못 미친다고 반발한 것이다. 분할 시점 이전인 LG화학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30조575억원)과 전년 대비 185.1% 늘어난 2조35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배터리사업도 388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19년(4543억원 손실)에 비해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SK하이닉스가 비교 기준으로 삼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불만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에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스마트폰(IM) 부문이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연봉의 50%)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DS 부문 직원들은 지급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당히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성과급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자 아직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기업들도 초긴장 상태다. 이달 말 성과급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LG전자(066570) 직원들은 벌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성과급이 적으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들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고액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도 성과급 수천만원이 적다고 하는 모습이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실직한 직장인이나 수입이 훨씬 줄어든 소상공인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지적이다. 사측도 성과급 산출 지급기준이 영업기밀과도 맞닿아 있는데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급 규모를 조절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일종의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며 “더욱이 사측 입장에선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반짝 호황을 맞았더라도 추후 경영 상황을 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확히 확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근로자들과 협상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급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두고 노사가 협상할 경우 근로자들의 이익이 과대 반영될 수 있다”며 “주주와 소비자, 향후 입사할 미래 근로자 등 해당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성장 투자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 근로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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