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 아·태 지역 눈돌린 영국, 중국과 곳곳서 마찰
로이터 "CPTPP 가입은 중국 제약 위한 것"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영국과 중국 관계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상대국의 언론을 두고 공방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분야 다자협의체 가입도 검토 중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미국과 더욱 밀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과정에서 중국과 마찰음을 내고 있다는 형국이다.
본래 영국과 중국은 한때 '황금시대'라는 별칭이 붙여질 정도로 좋은 사이를 유지해왔다.
2015년 시진핑 주석은 영국 방문에서 40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보리스 존슨 총리도 2019년 취임 직전 자신을 "친중파"라고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화웨이 장비와 홍콩 사태를 둘러싸고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급격히 사나워졌다.
영국은 2027년 말까지 5G(5세대) 통신망에서 중국 기업 화웨이 장비를 전부 퇴출하기로 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맞서 홍콩인들을 대상으로 영국 시민권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홍콩인들을 대상으로 5년간 영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비자 신청을 받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서 영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 고조되는 모양새다.
영국 미디어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은 지난 4일 중국의 관영 영어 방송인 중국글로벌TV네트워크(CGTN)의 방송면허를 취소했다.
중국 공산당이 최종 편집권을 갖고 있어 면허 소지자와 편집권 소지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바로 성명을 내 영국 BBC방송이 중국이 코로나19를 은폐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하며 팬데믹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맞섰다.
중국 관영매체도 영국 BBC방송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앞서 BBC는 중국 서북쪽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 재교육 수용시설에서 위구르 여성 수감자를 대상으로 조직적인 강간과 고문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글로벌타임스는 4일 "증거 없는 허위 보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낙인찍기가 BBC의 대(對)중국 보도 목표가 돼버렸다"며 "BBC 기자들은 중국을 생지옥으로 묘사하고 서구는 인권 천국으로 묘사했는데 코로나19 전염병 속에서 중국과 영국이 인도주의를 얼마나 다르게 보장했는지 본다면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견제를 고리로 한 협력 움직임을 두고도 중국 관영매체는 비판했다.
영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항공모함을 파견하고 일본과 합동해군훈련을 추진하기로 한데다,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국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영국을 향해 "미국만큼 어리석다"며 "영국은 중국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미국의 선례를 따를지 두 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브렉시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유럽연합을 탈퇴해 새롭게 국제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영국이 미국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 장비 철수도 미국의 압박이 일정 정도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처와 홍콩 보안법 강행으로 대중과 집권 보수당 사이에서 반중 정서가 강해진 것도 '반중 친미' 노선으로 기울어진 이유다.
지난해 10월 퓨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응답자의 74%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2002년에는 부정적 응답이 16%에 불과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 나라가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적으로 신청한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 CPTPP가 국영기업 보조금 등으로 세계무역체제를 훼손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는 규칙을 만들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제임스 케인 영국 정부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에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돕고 중국의 부흥을 제약하기 위한 규칙을 구축하는 균형 강국이 되고자 하는 원대한 비전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rendipit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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