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실시간 랭킹' 음원, 뉴스 이어 검색까지 역사 속으로

박현익 기자 2021. 2. 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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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올리기 경쟁으로 변질된 실시간 랭킹
뉴스·음원 어뷰징과 사재기 양산
일률적인 순위보다 개인별 맞춤형으로 변화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오는 25일부터 폐지된다. /네이버 캡처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주는 실시간 랭킹 서비스들이 하나둘 폐지되고 있다. 랭킹 조작과 여론 왜곡 등 잇달아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 때문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들에게 인공지능(AI)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공급자 중심의 랭킹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기존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다.

지난 4일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오는 25일 폐지한다고 밝혔다. 2005년 처음 출시되고서 16년 만이다. 실검 서비스는 특정 키워드를 짧은 시간에 많이 검색하면 순위가 오른다는 특성 때문에 정치적, 상업적으로 악용되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지지자의 ‘조국 수호’와 반대 측의 ‘조국 구속’이 실검에 오른 게 대표적인 예다. 실검은 대중들의 ‘진짜’ 관심사가 아닌 조작,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잇달았고 "실검을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음 포털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지난해 2월 선제적으로 실검 폐지에 나섰다. 당시 카카오 측은 "실검이 각종 사회 현상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 버렸다"며 본래 목적과 다르게 활용돼 종료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원래 "포털이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서비스 유지를 고수했다가 2019년 말 실검을 연령별, 관심사별로 표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어 1년여간 바뀐 방식으로 실검을 서비스하다가 이번에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트렌드에 맞춰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실검을 폐지하되 사용자 검색어 데이터는 ‘데이터랩’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기로 했다. 카카오도 ‘데이터트렌드’ 서비스를 통해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포털 다음에서의 검색량 추이를 확인하거나 성별, 연령별 검색량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네이버 많이 본 뉴스 폐지 후 변화. /네이버

실검 폐지에 앞서서는 뉴스와 음원 랭킹이 폐지됐다. 랭킹뉴스도 실검과 마찬가지로 순위 올리기에 열을 올리는 언론사 간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랭킹에 오르면 더 많은 트래픽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제목과 어뷰징 기사가 양산됐다는 것이다. 기사 조회수를 가리키는 트래픽은 언론사 광고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랭킹 뉴스에 드는 것은 언론사의 주요 과업이 돼 버렸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랭킹뉴스 대신 구독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편했다. 전체 기사에 대한 섹션별, 연령별 랭킹을 없애고 각 언론사별 랭킹 뉴스로 대체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 언론사에서 어떤 뉴스를 더 비중 있게 다루는지 반영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언론사 구독 중심으로 바꾼 뒤 이전보다 쏠림현상이 줄어들고 뉴스 소비 폭이 다양해졌다"고 했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들여다본 뉴스를 기반으로 관심사를 분석해 AI가 뉴스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은 랭킹뉴스를 유지하고 있다. 조회수, 열독률, 댓글, 연령별로 분류해 순위를 보여준다. /다음 캡처

카카오는 전체 랭킹뉴스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많이 본 뉴스, 열독률 높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연령별 뉴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보여주고 있다"며 "당장 랭킹뉴스를 폐지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또 포털 다음은 첫 화면에 뉴스를 띄우고 있다. 맨 처음 검색창만 뜨는 네이버 메인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어떤 뉴스가 노출되는지는 그날 트렌드나 각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AI가 선정한다고 카카오는 설명한다.

음원 실시간 랭킹은 이른바 ‘사재기’ 논란과 얽히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사재기는 일부 가수, 소속사 측에서 매크로를 동원해 순위를 올리고 이를 통해 우선 노출시키는 조작 수법이다. 보통 사용자들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톱100’과 같은 랭킹에 드는 음악을 자주 튼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매크로를 이용해 한 번만 순위를 끌어 올리면 그 이후로는 사용자들이 알아서 재생해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순위권에 머무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월 네이버 바이브의 실시간 차트 폐지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 SK텔레콤의 플로, 5월 카카오의 멜론도 실시간 순위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는 24시간 기준 차트만 보여주거나 사용자 취향에 기반한 음악 추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의 ‘오늘 Top 100’ 차트 화면. 실시간 차트 대신 하루 동안의 유입량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바이브 캡처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순 트래픽만 놓고 보여주는 일률적인 방식에서 각 개인별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최근 트렌드다"며 "랭킹 서비스가 갖는 부작용 논란도 피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관심 있는 뉴스, 광고, 음악 등이 추천될 때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각에서는 AI가 분석해서 특정 방향의 정보만 제공하는 게 사용자들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AI 알고리즘 문제는 맞춤형 서비스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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