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기부 릴레이? '키다리아저씨' 떠난 빈자리 훈훈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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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해마다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대구 키다리아저씨가 떠난 빈자리를 제2의 기부천사들이 메우고 있다.
대구에는 최근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 봉투만 놓고 사라지는 익명 기부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대구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으로 1억원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을 모금회에 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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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시청·중구청·서구청·동구청 등에
봉투와 메모만 남기고 사라지는 기부 릴레이
10년 동안 해마다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대구 키다리아저씨가 떠난 빈자리를 제2의 기부천사들이 메우고 있다. 대구에는 최근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 봉투만 놓고 사라지는 익명 기부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대구 동구청 민원실에 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찾아왔다. 이 남성은 민원실 직원에게 봉투 한 장을 전달하고 말없이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감사했습니다. 좋은 곳에 써주세요'라 적힌 쪽지와 200만원이 담겨 있었다. 직원이 뒤늦게 쫓아갔지만 남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1일에도 30대 남성이 대구 서구 평리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흰 봉투만 건네고 사라졌다. 담당 직원이 인적사항을 물었지만 이 남성은 "됐다"는 말만 남기고 센터 정문을 통해 황급히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작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는 내용이 적힌 메모와 현금 100만원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40대 여성이 중구 동인동 행정복지센터 사무실 입구 앞 발열체크 공간에 100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일백만원 약소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십시오"라는 내용이 적힌 메모와 5만원권 20장이 담겨 있었다. 담당 직원이 뒤늦게 쫓아나갔지만 여성은 사라진 뒤였다.
지난달 23일 오전에는 70대 여성이 대구시청을 찾아 청원경찰에게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해달라"며 노란 고무줄로 묶인 5만원권 74장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 이날은 주말이라 공무원 대부분이 휴무였다. 청원경찰은 담당 부서로 안내하겠다고 했지만, 이 할머니는 "심부름으로 왔으니 담당 부서에 전달만 해달라"며 홀연히 사라졌다.
담당 공무원들은 "소중한 성금을 전달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신종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익명의 키다리아저씨'가 전달한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대구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으로 1억원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억원 이상을 모금회에 기부해왔다. 2019년엔 "금액이 적어 미안하다"며 2,300여만원을, 지난해에는 "이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5,000여만원을 끝으로 10년간의 기부를 마감했다. 그가 10년에 걸쳐 기부한 성금만 10억3,500여만원에 이른다.
경북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지역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만 알려져 있다. 1960년대 학업을 위해 대구로 왔고, 어린 시절 부친이 돌아가시고 가장이 되면서 일찍 생업에 뛰어들었다. 수 차례 경영 위기도 있었지만 수익의 일정 부분을 항상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전달하는 등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기부를 하며 "우리 이웃이 좀 더 나은 생활과 함께하는 사회가 되기 바란다"며 "저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분들이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대구희망2021 나눔 캠페인'을 통해 목표액 84억9,000만원을 초과한 96억6,000만원을 모금했다. 사랑의 온도는 114도를 기록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보내주신 소중한 사랑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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