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예멘 내전 지원 종식..중동정책 변화 신호탄

정의길 2021. 2. 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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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분쟁개입과 대결'에서 '외교와 개입'으로 전환
사우디 주도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지원 중단
'사우디 중시' 중동정책 재조정..이란에 긍정 신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정책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예멘 내전에 대한 지원을 종식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외 분쟁 개입과 관련된 기존의 미국 대외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신호다. 당장 미국과 이란 관계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등은 예멘 내전에 개입하면서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국무부를 방문해 “예멘에서 전쟁은 끝나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난민 수용 인원 증가, 주독일 미군 철수 철회 등 다른 주요한 대외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달라진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취임 이후 첫 대외정책 관련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며 “외교는 우리의 대외정책의 중심으로 복귀했다”고 강조해, 미국이 분쟁 개입보다는 외교적 협상과 타협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의 약속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는 예멘 전쟁에서 관련 무기 판매를 포함한 공격적 작전들에 대한 미국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멘 내전이 “인도적, 전략적 재앙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전문가이자 외교관인 팀 렌더킹을 새로운 예멘 특사로 임명했다.

이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중동 문제에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2014년 발발한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을 격퇴하고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의 8개 아랍 수니파 국가 연합군 작전을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시아파 계열인 후티 반군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반이란 차원에서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미국도 중동에서 최대 동맹국인 사우디를 지원하는 한편 이란 봉쇄를 위해, 예멘 내전 개입을 지원해왔다.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은 미국이 분쟁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아 왔다. 사우디와 미국 등의 예멘 내전 개입은 인도적 위기를 가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사우디가 과도하게 후티 반군과 이란의 관계를 과장하며 내전 개입을 정당화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사우디의 개입이 오히려 후티 반군에 대한 이란의 개입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동에서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중동 주둔 미군 병력 감축 등을 진행하면서도, 예멘 내전에 대한 개입은 축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사우디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반이란 정책을 격화시켜왔다.

바이든이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밝힘으로써, 중동에서 미국의 정책도 큰 수정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취해왔던 사우디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면서 중동 분쟁에서 발빼기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이미 취임 이후에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이란과의 국제 핵협약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개입이 이유였던 예멘 내전에서 발을 빼겠다는 바이든의 발표는 이란에게 보내는 긍정적 신호이자, 간접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지난주 후티 반군과 관련된 특정 거래를 제재에서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로 규정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런 조처는 후티 반군 영역 내에 있는 수많은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방해해, 인도적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난민 단체들은 비판했다. 6년간 예멘 내전이 지속되면서, 11만명이 사망했고 8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난민 수용 인원을 1년에 1만5천명에서 12만5천명으로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1만2천명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던 독일주둔 미군 철수도 동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독 미군은 현재 수준이 약 3만6천명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와의 외교적 개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러시아와 관련된 문제에서 “나가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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