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천황 중심 나라"..도쿄올림픽위원장 과거 망언도 재조명
안전한 올림픽 기준? "그런 거 없다" 발언 논란
[경향신문]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성차별 발언’ 파문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모리 위원장은 4일 “이사회에 여성이 늘어나면 회의시간이 길어진다”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지만, 일본 주요 언론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다. ‘무자녀 여성은 세금을 지원받을 자격 없다’ 등 그의 다른 부적절한 과거 발언까지 재조명받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모리 위원장의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올림픽·패럴림픽의 중요한 이념인 남녀 공동 참가와도 전혀 다른 것으로 있어서는 안 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퇴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으니, 이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본 주요 일간지 세 군데는 이날 사설에서 일제히 모리 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모리 위원장의 여성 멸시 발언, 올림픽 책임자로서 실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마이니치신문은 “모리 위원장의 성차별 발언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모든 차별을 허락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다치게 한 자신의 발언이 올림픽 개최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여성 차별 발언, 모리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모리 위원장이 “그렇지 않아도 회의론이 국내외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에 결정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폭언이자 망언”에 책임지고 신속히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도쿄신문은 “여성 멸시 발언의 모리 요시로씨, 올림픽의 얼굴로 적임자인가”라는 사설에서 “모리씨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지만, 여성 임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어디까지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대회의 의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안전한 올림픽 기준? “그런 거 없다” 발언 논란
모리 위원장은 2014년부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선수들에게 코로나19에 걸리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주장하는 ‘안전한 올림픽’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판단의 기준이 있는가 하면, 없다”고 답했다.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코로나가 어떻게 되든 반드시 해낸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모리 위원장의 과거 실언도 새삼 조명받고 있다. 2000년 4월 일본 총리에 취임한 모리 위원장은 한 달 뒤인 5월 “일본이라는 나라는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神)의 나라”라고 말해 ‘국민주권’과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3년 6월 저출생 관련 토론회에서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는 여성을 세금으로 돌보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케이코 야마우치 사회당 의원은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을 수 없는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2014년 2월 한 강연에서는 아사다 마오 당시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소치올림픽 연기에 대해 “그 애, 중요한 때는 반드시 넘어져요”라고 비꼬아 선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도쿄올림픽 조직위 회의에서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올리자는 안건이 올라오자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할 때) 전보다 시간이 배로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구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가 발언하게 된다. 여성 이사를 늘리려면 발언 시간을 규제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성차별 발언 파문이 확산하자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림픽·패럴림픽 정신에 반하는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깊이 반성한다”며 사과하고 문제 발언을 철회했다. 그러나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NHK방송은 이날 “도쿄올림픽 조직위 내부에서 모리 위원장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이 올림픽 대회 자체를 향할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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