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전문가회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권고..고령층 접종판단은 질병청에(종합)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에 대한 판단이 유보됐다. 중앙약심위 전문가들은 “만 18세 이상 대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하되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효용성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사실상 고령자 접종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질병관리청으로 넘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등에 대해 논의한 중앙약심위 회의 결과를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공정한 허가심사를 위해 검증자문단, 중앙약심위, 최종점검위원회의 절차를 밟고 있다. 중앙약심위는 이 가운데 두 번째 단계의 전문가 자문 회의로 4일 진행된 회의에는 외부 전문가 18명과 식약처 내부 7명 등 총 25명이 참여했다.
식약처는 “중앙약심위 회의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안전성·효과성에 대한 검증자문단의 자문 결과를 종합해 현재 진행중인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자문했다”고 밝혔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층 사용에 대해서는 유럽과 동일하게 18세 이상으로 하되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 자료가 충분치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오일환 중앙약심위 위원장(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은 “중앙약심위는 임상시험에 계획된 표준용량과 투여간격, 2회 투여 과정에서의 유연성 등을 고려해 4주~12주 간격의 2회 투여로 품목허가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고령층 투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추후 미국 등 임상시험 결과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중앙약심위에 앞서 개최된 검증자문단은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최근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가 55세 미만 또는 65세 미만 접종 권고안을 내놓고 있다. 전날 중앙약심위 회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하루 늦추며 5일 발표한 것도 이같은 고령층 접종에 관해 많은 의견이 오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일환 위원장은 “통계적으로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백신을 맞은 사람이 감염되는 숫자가 얼마나 차이나게 줄어드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재 확보된 데이터를 봤을 때 약 700~800명 정도가 65세 이상 시험군에 들어있는데 이 그룹 내에서 발생한 환자수가 10명 이내라는 데이터로는 충분한 효용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런 결정이 백신의 안전성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 위원장은 "고령자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봤을 때 현재까지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발견하지 않았다"며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효용성이 아직 검증이 안 된 것이지, 효과가 없다거나 결정을 보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또 “보다 많은 환자군을 대상으로 투여했을 때 접종군과 비접종군 간에 코로나19 감염률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현재 우리가 기대하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약심위는 이달 1일 열린 검증 자문단의 자문 결과보다는 한층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열린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는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자에 접종할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해서 확산하면서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지만 독일에 이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이달 4일 열린 중앙약심위 회의도 오후 2시부터 5시간 30분가량 이어지면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7시 30분께 종료됐다.
오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데이터가 확보되지는 않았으나 고령자가 코로나19 감염이 됐을 때의 위험을 고려해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나중에 추가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오면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제거하고 (전 연령층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향후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종점검위원회에서는 검증 자문단과 중앙약심위 자문을 통해 얻은 전문가 의견과 효능·효과와 권고사항 등을 종합해 살핀다. 식약처의 점검 이후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위원회를 열고 백신 접종 절차와 대상, 방법들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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