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된 서울역 쪽방촌, 새 주거단지로 탈바꿈
[경향신문]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 밀집 지역인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 일대가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410가구 규모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거듭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5일 이같은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쪽방 일대 4만7000㎡에 쪽방 주민들 모두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와 함께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공급하게 된다.
국토부는 공공임대단지와 복지시설이 들어서면서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5.44평(18㎡) 공간에 현재 15% 수준으로 저렴한 보증금 183만원·월세 3만7000원 수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신혼부부나 청년 등을 위한 민간분양주택과 편의시설도 공급된다.
서울역 쪽방촌은 1960년대 도시 빈곤층이 몰리며 형성됐다. 30년 넘은 건물이 80%를 차지해 정비 필요성이 크지만 이주대책 부족으로 민간 주도 재개발이 무산되곤 했다. 지금까지 1007명이 거주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쪽방촌으로 남았다. 주민들은 주거 면적이 0.5~2평(1.65∼6.6㎡)인 방에 약 24만원 임대료를 내며 단열, 난방, 위생상태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공임대단지에는 쪽방 주민 자활과 상담을 지원하는 복지지설이 들어선다. 공공주택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국공립유치원, 도서관 등이 설치된다. 상가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소상공인·청년을 대상으로 저렴하게 임대하는 상업용 건물 ‘상생협력상가’도 단지 내 마련한다. 서울시는 민간분양주택은 최고 40층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사업기간 중에도 쪽방 주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적용한다. 먼저 공공임대·분양주택이 들어설 지역을 철거하고, 공공주택 건설 후 기존 거주자가 재정착을 마치면 나머지 부지를 정비해 민간주택을 공급한다. 먼저 철거될 지역에 거주 중인 쪽방 주민 150여명은 공공주택 입주 전까지 사업지구 내 게스트하우스 등을 활용한 임시 거주지에 머물게 된다. 해당 지역의 일반 주택 100여 가구도 원하는 경우 인근 지역 전세·매입임대로 임시 거주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용산구, 쪽방상담소 등이 참여하는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주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올해 지구지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지구계획 및 보상을 거쳐 2023년 공공주택단지를 착공 후 2026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2030년에는 민간분양 택지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홈리스행동과 동자동사랑방 등이 모인 시민단체 ‘2021 홈리스 주거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계획 발표를 매우 환영한다”면서도 “쪽방 주민에게 ‘집다운 집’을 제공하려면 주민 당사자들 목소리를 계획에 더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는 서울역 쪽방 주민을 포괄하는 물량이지만, 일반주택 세입자까지 포함하는 물량으로 보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발표된 사업 지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양동 재개발 지구 쪽방에 사는 주민도 함께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2019년 서울시 쪽방촌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에 1158명, 양동 쪽방에 417명이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금 부담으로 입주 포기 사례를 만들지 않도록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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