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퍼컴 총괄 KISTI 원장 후보자, 박사 논문 표절 의혹(반론 있음)
※기사 하단에 반론
한국 수퍼컴퓨터 센터와 25개 과학기술 분야 연구소 보안을 총괄하는 정부 출연연구원 원장 후보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현재 검증을 마친 최종 원장 3배수 후보에 포함돼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의 원장 선임을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검증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종 3배수 후보자 중 한 사람의 박사 논문이 표절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KISTI는 수퍼컴퓨터를 개발·운영하고 과학기술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기관이다. 정부 출연연구소들의 사이버보안도 총괄한다. 최희윤 현 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차기 원장 공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무려 15명이 원장에 지원했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가 지난달 22일 3인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상태이다. NST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투표로 3인 후보자 중 원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것은 최종 후보 중 한 사람인 KISTI 내부 출신 A모 책임연구원이 2009년 B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이다. 논문을 확인한 결과 다른 연구자 3명이 2003~2005년 쓴 석·박사 논문에서 문장과 그림 자료를 별도의 인용 없이 그대로 가져다 썼다. 한 과학계 인사는 “몇 문장 수준이 아니라 수십 페이지를 그대로 복사·붙여 넣기 한 수준”이라며 “해당 대학이 연구윤리위원회를 열면 학위 취소가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용 표시를 일부 빼먹은 정도의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연구윤리위반이라는 것이다. A 책임연구원은 본지 통화에서 “현재 인사 검증과정에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답변이 어렵다”면서 “인사 검증 측에서 요구가 있으면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연간 16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기관의 원장 후보자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과학계 인사는 “자신도 연구윤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만약 원장이 되면 구성원들에게 연구 윤리를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라며 “우리 과학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NST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기관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론
지난 5일 조선닷컴에 보도된 ‘[단독] 수퍼컴 총괄 KISTI 원장 후보자, 박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A 책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왔습니다.
기사 중 ‘다른 연구자 3명이 2003~2005년 쓴 석·박사 논문에서 문장과 그림 자료를 별도의 인용 없이 그대로 가져다 썼다’라는 것에 대해 A 책임연구원은 “직접 연구한 내용을 박사 논문으로 쓴 것이며, 2009년 당시의 연구 윤리를 위한 지침을 준수해 작성했다”고 했습니다. ‘인용 표시를 일부 빼먹은 정도의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연구 윤리 위반이라는 것이다’라는 내용에 대해선 “2007년 연구윤리 지침에는 ‘표절이라 함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 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라며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지도교수를 포함한 2~7명이 공동연구를 통해 기여한 보고서, 논문, 석사논문의 내용을 주저자와 교신저자로부터 정당한 승인을 받고 당시 규정에 맞게 작성해 표절이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A 책임연구원은 이 반론과 관련, 다른 연구자들이 논문 활용에 동의했다는 확인서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A 책임연구원은 “박사 논문에 대한 연구윤리 위반사항이 조금이라도 밝혀진다면 즉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사표를 내겠다”며 “또한 의구심이 든다면 본인 스스로 자청하여 학교 학칙에 따라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문제가 될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계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논문표절 논란에 많이 사용되는 논문 유사도를 검색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히 얼마나 유사한지를 살피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논문표절은 다양한 상황을 검토해 정밀하게 따져야하는 복잡한 문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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