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잇단 '전기차 올인' 선언은 비용 때문
사실상 전세계 모든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의 일환인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CNN은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전기차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까지 무공해 자동차만을 판매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2023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270억달러(약 30조 3700억원)를 투자하고, 2025년까지 약 30종에 달하는 전기차를 구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도 이에 반응해 이날(4일) ‘전기차 시대’ 청사진을 발표했다. 포드는 "전기차에 올인하겠다"며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290억 달러(약 32조 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약 70여 종에 달하는 순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전기차 판매량으로만 테슬라를 추월했다.
한국의 현대차도 지난해 초 2025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이상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주요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완전 전기차 개발에 나선 셈이다.
◇ 가솔린 차보다 전기차 조립 비용이 저렴
CNN은 이러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환경적 이유 외에 ‘경제적 배경’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전기차는 조립에 드는 비용이 적다. 내연 기관이 없어 들어가는 부품이 적어서 조립하는 데 드는 노동력이 훨씬 줄어드는 탓이다. 포드는 전기차가 기존 가솔린차보다 조립하는 데 30% 더 적은 노동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했다.
전기차의 엔진 시스템이 기존 차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가솔린 차에 사용되던 엔진, 변속기보다 전기차 엔진이 훨씬 더 다양한 모델에 호환이 가능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GM의 기존 자동차 라인업에서는 500개 이상의 엔진 부품 조합을 사용하는데, 전기차로 라인이 정비될 경우 조합이 24개로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도 전기차의 경제적 이점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자동차 분야 애널리스트 아담 조나스는 지난해 "전기차는 제조가 더 간단하고, 수익성이 높으며, 성장률도 높다"고 평가했다.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기술분야 분석가 다니엘 이브스는 "전기차 조립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비용은 점점 하락하는 데 반해, 가솔린 차에 대한 환경 규제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라는 점도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이유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전해 전기차 생산 비용은 더욱 하락할 테지만, 가솔린 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는 더욱 강화돼 기준에 맞는 가솔린 차량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는 것이다.
GM의 전기차 담당 부사장 켄 모리스는 "가솔린차는 환경 규제에 따라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생산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가솔린차에 필요한 부품은 전기차 부품보다 점점 더 찾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발전도 가솔린 차에 잿빛 전망을 더한다. 그간 전기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배터리 용량과 가격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은 85% 하락했다. 배터리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해 왔다. 테슬라는 지난해 "향후 몇 년 안에 배터리 가격이 같은 용량 대비 56%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로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개발에서도 전기차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GM은 앞으로 10년간은 가솔린 차량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지만, GM의 연구개발비의 60%는 전기차 부문에 지출되고 있다. GM은 내후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27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미시간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자동차 연구소의 기술 책임자 브렛 스미스는 "이제 자동차 업체들은 가솔린차에 자신들의 미래를 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회사들은 고급 가솔린 엔진 연구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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