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거짓 해명'과 부장판사의 '몰래 녹취'..사법부 치욕의 날
[앵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진 어제, 더 주목받은 녹취 파일이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음성이 담긴 1분 30여 초 분량의 대화 내용인데요.
사법부 수장의 거짓 해명이 드러나면서, 직접 공개 사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종원 기자!
어제 아침 전격적으로 녹취가 공개되면서, 온종일 이슈였는데, 사건의 발단부터 정리를 해보죠.
임성근 부장판사 사표 반려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시작인 거죠?
[기자]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건 이틀 전입니다.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장판사가 사표 수리를 요청하며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했는데,
당시 김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사표를 반려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러자 대법원이 이를 부인하고 나섰죠.
면담이 있었던 사실은 맞지만, 대화 과정에서 탄핵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고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해명한 겁니다.
그러자 임 부장판사 측이 변호인을 통해, 이를 재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진실공방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고요.
결국, 대법원장이 사과까지 했어요?
[기자]
네, 어제 아침 임 부장판사 측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둘 사이 40여 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개된 건 1분 30여 초 분량으로, 음성 파일 3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주요 내용부터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김명수 / 대법원장 :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말이야, 그렇지? 그리고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일부분만 들려드린 건데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죠.
탄핵이란 말 했고요, 국회 때문에 사표 수리 어렵다는 이야기도 직접 했습니다.
어제 출근 당시엔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던 김 대법원장은 파일 공개 4시간 만에 대화 내용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문을 냈고요.
퇴근길에 다시 한 번 육성으로 공개 사과했습니다. 들어보겠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어제) : 만난 지 9개월이나 가까이 지나 기억이 희미하였고 두 사람 사이에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앵커]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기자가 보기엔 어떤 점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9개월 전 대화라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는 해명은 굳이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배석자가 없었으니, 실제로 김 대법원장 기억에 없었다면 그런 대화를 했는지 달리 확인 가능한 방법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법부 최고 책임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 피할 수 없는 상황이죠.
더구나, 이번 사태의 근원은 '사법 농단' 사건입니다.
입법·행정·사법, 상호 경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그사이 검은 거래가 이뤄지면서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독립도 침해당했다는 게 '사법 농단' 사건입니다.
공개된 녹취만 보면, 그 사태 이후에 자리에 오른 대법원장 역시 정치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사법 독립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 수장이 스스로 삼권분립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 피하기 어렵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대법원장과 면담을 하면서 그걸 몰래 녹음을 했다는 사실도 쉽게 이해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기자]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에 조금 가려진 측면이 있죠,
그러나 말씀하신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에 이어, 과거 차관급 예우를 받았던 고등법원 부장판사까지 지낸 고위 법관입니다.
그런 분이 대법원장과 40여 분이나 면담하면서 몰래 녹음한 거죠.
사적인 만남에서도 상대방 모르게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일, 우리 일상에서도 흔한 일은 아닐 겁니다.
이 때문에 애초 의도를 갖고 녹음을 한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면담 후 9개월가량이나 지나서, 탄핵 소추안 통과 직전에 이를 공개한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데,
일단 본인은 기자들 접촉을 차단한 상태고, 변호인을 통해 '메모'의 일환으로 녹음했다는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앵커]
또 짚어볼 부분이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반려한 게 적절했느냐, 이런 부분도 의견이 엇갈리더군요?
[기자]
대법원 예규에는 징계가 청구됐거나, 수사나 감사를 받고 있을 때는 의원면직, 그러니까 본인이 원해서 사직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기소가 됐을 경우 법관직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공공의 신뢰를 해친다고 판단하면 허용한다고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징계도 이미 받았고 기소도 돼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사표를 수리해도 규정상으론 문제가 되진 않아 보입니다.
결국, 결정권자인 대법원장 재량의 문제인 거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니 본인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검찰의 비슷한 사례 등을 이유로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끝으로, 헌재 탄핵 심판 전망도 해보죠.
이번 사태가 임성근 부장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임성근 부장판사는 이번 녹취 파일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들었는데요.
다만 다른 의도, 탄핵 심판을 대비한 나름의 전략으로도 읽힙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사표 수리가 거부됐다는 걸 부각하기 위해서란 거죠.
진작에 법관 자리에서 물러났으면 탄핵 소추될 일도 없었으니 정치적인 이유로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는 걸 강조하는 의도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달 말 임 부장판사는 퇴임할 예정인데, 그 이후로 헌재 결정이 미뤄지면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각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과 맥락이 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곧 사건 주심이 결정되고 심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헌재 심판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YTN 이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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