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일단락됐지만..SK發 성과급 논란, 삼성·LG로 확산

심재현 기자 2021. 2. 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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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붙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내부 불만은 한고비를 넘겼지만 그룹 내 다른 계열사나 삼성·LG 등 다른 그룹에는 SK하이닉스의 논란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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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2년 3월26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이 다른 기업으로 옮겨붙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내부 불만은 한고비를 넘겼지만 그룹 내 다른 계열사나 삼성·LG 등 다른 그룹에는 SK하이닉스의 논란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전날 사측과 한국노총 소속 생산직 노조가 참석한 중앙노사협의회에서 양측은 내년부터 초과이익분배금(PS)을 산정할 때 경제적부가가치(EVA·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비용 등을 뺀 이익)와 연동하던 기존 방식을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말 임직원에게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의 400%를 PS로 지급한다고 공지하면서 성과급 규모와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산정 기준을 좀더 투명하게 바꾸기로 한 것이다. EVA는 자본비용 등이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에 EVA와 연동된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공개할 경우 투자 규모 등 민감한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달 성과급 지급 규모가 공지된 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84%가량 늘었는데도 성과급이 제자리걸음이라는 데 반발했다. 입사 4년차라고 밝힌 직원이 이석희 사장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항의 이메일을 보내고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 경력직 지원 인증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일 SK하이닉스에서 받는 30억원 상당의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튿날 이석희 SK하이닉스 CEO(최고경영자·사장)이 직원들과 성과급 문제를 두고 소통하겠다고 나선 뒤에도 사진정되지 않았던 논란은 전날 노사협의회 합의 이후 어느 정도 봉합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성과급 산정 방식을 변경하기로 한 것 외에 300만 포인트 상당의 사내 복지포인트를 추가 제공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우리사주와 관련해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혜택도 지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한숨을 돌렸지만 불똥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퍼지고 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의 노조는 최근 전환희 위원장 명의로 박정호 CEO에게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도 같은 회사였던 LG화학 석유화학과 생명과학 부문에 비해 성과급이 적은 데 대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직접적으로 비교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차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로 초과실적성과급(OPS)를 차등 지급하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을 더 많이 낸 반도체 사업부의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스마트폰 사업부(연봉의 50%)보다 적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삼성전자 TV 사업부 성과급(연봉의 50%)의 4분의 1 수준인 성과급(연봉의 12%)을 두고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달 말 성과급을 지급하는 LG전자에서도 벌써부터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사가 주는 대로 받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형평성과 실리를 따지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며 "성과급 자체가 이렇게 공론화되는 것도 솔직히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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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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