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칭해 신분증·카드번호 요구하는 문자 주의하세요"

"엄마, 나 휴대폰 액정 깨져서 수리 맡겼는데 전화를 할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 폰으로 문자 보내고 있어. 인증받을 게 있어서 그런데 엄마 주민등록증 전체가 잘 나오게 사진 좀 찍어서 보내줘."

금융감독원이 최근 신분증이나 카드번호·은행 계좌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피싱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5일 ‘경고’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런 메신저 피싱 피해 건수는 ▲지난해 11월 1336건 ▲12월 1727건 ▲지난 1월 1988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기범들은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는 문자를 보내 신분증 사진, 계좌 및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OTP(비밀번호 생성기),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요구한다. 이렇게 탈취한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 명의의 휴대폰을 신규 개통하고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신규 대출자금이나 타 금융사의 계좌 잔액 등을 인출한 뒤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가족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피싱 문자(왼쪽)와 설 명절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허위 결제·택배 문자. /독자 제공

또 악성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원격제어 프로그램인 팀뷰어(Team Viewer) 앱 설치를 유도해, 피해자의 휴대폰을 원격으로 조정해서 돈을 빼가기도 한다. 악성 앱이 설치된 전화로 금융사나 금감원, 경찰 등에게 전화할 경우 사기범이 중간에서 전화를 가로챌 수 있다.

금감원은 사칭 문자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로 전화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신분증 사진이나 신용카드, 계좌번호 등을 알려줘선 안 된다. 휴대전화 파손·고장 등의 이유로 전화 통화가 안 된다고 하면서 모르는 번호를 카카오톡에 추가해 달라고 해도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

악성 앱을 이미 설치했다면 모바일 백신 앱을 이용해 삭제해야 하며, 데이터 백업 후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휴대폰 서비스센터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피해를 이미 입었다면, 금융사 콜센터나 금감원 콜센터(1332)에 전화해 해당 계좌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금감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의 ‘개인정보노출자 사고 예방 시스템’이나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를 활용해 자신도 모르게 개설된 계좌나 대출 정보가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명의도용 방지서비스’를 통해서는 휴대전화 개통 현황을 조회하고, 가입 제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은 설 명절을 맞아 허위 결제·택배 문자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문하신 로봇청소기 승인 완료. 본인이 아닐 경우 소비자 보호센터로 문의', ‘구매하신 선물은 OO익스프레스로 배송됩니다. 배송 시간은 아래를 눌러 확인’, ‘OO택배. 도로명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반송 처리됐습니다. 확인해주세요’ 등의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나 URL을 안내하는 식이다. 문자 내용에 포함된 URL 주소를 클릭하거나 전화번호로 통화하지 말고 즉시 삭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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