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發 미·러 갈등.. 블링컨 문제제기에 러 "존중하라"

미 국무장관-러 외교장관 통화

핵무기 관리 등 새 군축도 논의

‘나발니 치료’ 러 의사 돌연사망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추가 핵 군축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사법체계를 존중하라”며 응수해 나발니 사건이 양국 간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나발니를 치료한 러시아 의사가 이날 돌연 사망하면서 살해 의혹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2020년 미국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대한 군사공격, 나발니 독살 시도 등에 대해 러시아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국무부는 양국 장관이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연장과 함께 러시아의 모든 핵무기 및 중국으로부터의 점증하는 위협을 다룰 새로운 군축체제에 대한 필요성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간첩 등 혐의로 억류된 미국인 폴 윌런과 트레버 리드의 석방을 촉구했고, 미국 연방기관·기업 해킹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된 솔라윈즈 사건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나발니 투옥에 대해 “러시아 법률과 사법체제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발했다.

미국·러시아 갈등이 나발니 사건을 계기로 다시 폭발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오는 6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한다. 나발니 및 자유·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과 통화해 ‘타국 내정 불간섭’이라는 국제관계 규범을 지키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을 당시 치료를 전담했던 러시아 의사 세르게이 막시미신(55)이 갑자기 숨졌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나발니 측은 “막시미신이 나발니 치료를 담당해 그 누구보다 그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살인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기 관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나발니는 오는 5일 퇴역 군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또 재판에 출석하게 됐다.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 예비역 대령을 ‘매수된 하인’이라고 비난한 혐의다.

정유정·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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