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민증 좀 찍어서 보내줘".. 비대면 시대, 보이스피싱도 진화

개인정보나 앱 설치 요구하는 수법 급증
금융감독원, 5일 소비자경보 '경고' 발령

 

“엄마, 나 폰 인증이 안돼서 엄마 명의로 온라인 문화상품권 사야돼. 엄마 주민등록증 전체가 잘 나오게 사진 찍어서 보내주고, 신용카드 번호랑 비번도 보내줘.”
 
“나 핸드폰 깨져서 수리 맡겼어. 이 문자 다른 사람 폰으로 보내는 거야. 문자만 할 수 있으니까 카톡에 010-○○○○-○○○○ 번호로 친추해줘.”

 
최근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문자메시지로 접근한 뒤 개인(신용) 정보를 탈취해 자금을 편취하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메신저를 통해 가족을 사칭해 송금을 유도하던 방식에서 진화한 수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간편결제나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함에 따라 금융사기범죄 또한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신분증이나 카드번호 등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 ‘경고’를 5일 발령했다.

기존에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을 통해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민등록증이나 신용카드 등의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 뒤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 급증하고 있다. 이 경우 다수의 휴대폰이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금감원은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신분증 사진이나 신용카드 및 계좌 번호를 제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 전화번호를 메신저에 추가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범죄의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와 간편결제가 일상화함에 따라 범죄자들도 이러한 변화에 편승하고, 악용하고 있다”며 “직접 돈이 아니라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기라는 생각에 쉽게 넘겨줄 수 있는데, 피해는 훨씬 커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러한 신종 수법에 의한 메신저피싱 피해는 지난해 11월 1336건에서 12월 1727건, 올해 1월 1988건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증권사 계좌를 통한 피해 또한 같은 기간 117건에서 587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경우 금융회사 콜센터나 금감원 콜센터(1332)를 통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금감원은 설 명절을 앞두고 급증하는 허위결제나 택배에 대한 문자에 포함된 URL주소를 클릭하거나 전화 통화하지 말고 즉시 삭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