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백신, 고령층 접종 신중히 결정해야" 자문단 권고

김민정 기자 2021. 2. 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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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화이자사(社)의 코로나 백신에 이어 두번째로 국내에 공급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에 대해, 식약처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만 65세 이상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열린 첫번째 자문 절차인 검증자문단에서 ‘안전성과 예방 효과가 입증돼 고령자 접종을 배제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이 나왔던 것과 비교해, 고령층 접종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입장이 변한 것이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 18명과 식약처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회의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품목 허가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국내 코로나 예방 목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백신의 안전성·효과성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고령층 접종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단서를 달았다. “효능·효과는 유럽과 동일하게 만 18세 이상으로 하되,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만 65세 이상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를 반영하고,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오일환(오른쪽)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충북 청주 식약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자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29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만 18세 이상 전 연령층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승인했다. 우리도 EMA처럼 고령층에도 허가를 내주되, 만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 고령자 접종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효용성에 관해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령자) 환자 수가 통계적으로 충분하지 않아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자문 결과는) 기본적으로 허가는 하되, 고령자에 대해서는 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접종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접종하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보다 더 큰 것인지를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고령층 접종 효과에 대한 통계적 검증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환자 상황에 따라 백신이 가진 위험과 비교해 백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클 경우 사용할 수 있게 길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만 65세 이상에 대한 구체적인 접종 실시 방안은 향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식약처의 심의 결과를 반영해 논의한 뒤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독일·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폴란드·벨기에 등 EU 주요 회원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시험 대상자 중 고령자 비율이 낮고 효과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자체적으로 접종 대상에서 고령층을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EU 비회원국인 스위스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 승인을 보류(withhold)하기도 했다. 스위스 의약품 규제 당국은 “현재 이용 가능한 데이터로는 백신의 이점과 위험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현재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코로나 백신의 품목 허가 전 거치게 되는 3단계 외부 자문절차 중 2단계에 해당한다. 허가 여부는 향후 열리는 3단계 자문 절차인 최종점검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이달부터 요양병원 등에 입원·입소한 고령자 위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라, 고령자 대상 접종이 제한될 경우 접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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