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韓 '세금 퍼주기' 하는데..'선별지원' 선회하는 美

이슬기 기자 2021. 2. 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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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바이든, 하원의원들과 선별지급 논의"
'개인 5만달러·부부합산 10만달러 이하' 검토
재정 관련 학계·보수진영 등 우려 적극 수렴
"금액 떠나 기조 선회한 것 자체로 평가할 만"
韓 여당, 보편지급 반대 장관에 "사퇴하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을 위한 '1400달러 현금 지급' 대상을 축소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주택·주식시장 과열로 빈부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가운데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보편지원에서 선별지원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전화 회의에서 "지원 대상을 줄여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정확히 겨냥할 수 있다"며 1400달러 지급 방침은 유지하되 일정 소득 이상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에서는 여당 일각에서도 보편 지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 여러차례 언급됐다고 한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 '슈퍼부양책'의 전체 규모와 비용 처리 전반에 대해 "융통성 있게 하자"고 말했으며, 당내에서 제기되는 여러 이견과 관련해서도 "타협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400달러 현금 지급 대상이 변경될 수도 있다"며 "이러한 방안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간 '통 큰 지원'을 강조했던 정부여당이 대상 축소를 검토한 것은 장기화된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정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대유행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대부분은 저소득층에 속하며 학력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기록적인 집값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으로 고소득·고학력층의 자산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한 상황과 국가 재정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WSJ은 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당초 제안했던 '연소득 개인 7만5000달러 이하, 부부합산 15만달러 이하' 선별 기준을 축소해 '개인 5만달러 이하, 부부합산 10만달러 이하'로 변경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의회 상원도 화답했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델라웨어주)은 같은 날 "대통령이 현금 지급 대상을 실제 필요에 따라 정확히 타겟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방안에 대해 의원들과 의견을 나눴다"며 "대통령은 결코 중산층의 어려움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방향 선회 자체가 중요"...모든 국민에 돈 주겠다는 여의도

워싱턴포스트(WP)는 비영리단체 CRFB(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3차 경기부양책에서 현금 지급 대상을 축소할 경우 비용은 기존 4650억달러(약 522조 500억원)에서 4200억달러(약 471조6000억원)로 1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원 대상을 축소해도 당초 민주당이 제안한 규모에서 결과적으로 큰 변화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외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선별지원 기조를 명확히 했다는 점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정부의 중장기적 지원이 불가피해진 만큼, 꼭 필요한 계층에 세금을 집중 투입하자는 컨센서스가 여권 내에 형성됐다는 것이다. WP는 "백악관이 학계와 보수진영, 여권 중도파 의견을 적극 수렴해 '선별적 정책'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권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방침을 두고 당정 간 난타전이 심화되고 있다. 여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보편 지급 방침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기를 들자, 여권 전체가 기재부 수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정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에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정부직 공직자가 공개 반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5선의 설훈 의원 등도 일제히 기재부를 향한 비난에 동참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표심을 겨냥해 막무가내식 돈 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광범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이 기재부 장관에 사퇴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선거가 코 앞인데 어느 정당이든 지원금을 줄이자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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