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불만 없애지 못한다는 것 알았던 금융위, 시간끌기용?
정부가 홍콩식 공매도 종목 지정 제도를 실시해도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한 제도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이러한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시간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시가 총액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더라도 국내에서 공매도 제도 폐지 논란을 유발하는 바이오 기업 등은 공매도 가능 종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셀트리온이나 에이치엘비 등 바이오기업 주주들이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큰 편인데, 공매도 종목 지정제도를 실시해봤자 이러한 기업들은 공매도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제도가 개미들의 반발이나 우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없다는 걸 금융위가 충분히 알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위는 이러한 공매도 종목 지정 제도를 준비하고, 테스트하는 기간 때문에 공매도 금지 기간을 5월 2일까지로 두 달가량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시점만 넘기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왜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역행하는 제도를?
금융위는 같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국내에 홍콩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공매도 규제원칙을 제한적 허용으로 변경할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여 외국인투자자의 신뢰 저하 및 시장 이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준으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는 공매도 금지 국가를 선진국 지수에 포함시키지 않고, 공매도를 1년 이상 장기간 금지하면 국가별 비율을 조정하는 평가에서 감점 요인으로 삼는다. 실제로 터키가 공매도 제도 운영과 관련해서 불이익을 받았는데, 금융위도 이러한 사례를 보며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되면 시세 조종 행위 등이 만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또한 공매도가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가 있으면 이를 즉각 주가에 반영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금융위도 “공매도 제한 종목(소형주)에 대한 부정적 정보 반영이 지연되어 추후 가격 정상화 과정에서 투자위험이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쉽게 말해 소형주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들이 공매도 금지 기간에 계속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다가, 공매도가 재개되는 어느 시점에서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주가 폭락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금융위는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다.
◇개미도 만족 못하고, 문제점도 많은데…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 시점을 두 달가량 미루고, 공매도 종목 지정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개미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4일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개인투자자들의 이름으로 금융위원장을 탄핵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는 5일 오전 10시30분 현재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제대로 된 시스템 및 제도를 구현해 놓지도 않고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2일까지 연장한다고 공표했다”며 “이것은 단지 개미투자자들이 아닌 4월 선거용으로 만든 허접한 대책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 등이 3일 금융위 공매도 관련 발표 이후에 내놓은 자료를 봐도 공매도와 주가 하락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사실상 없다. 지난해 3월 국내외 증시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도 금융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도 “공매도를 한 다음 주가가 하락할 때 이를 사서 갚는 매수 행위(숏 커버링)를 반드시 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 이러한 매수가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일부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러한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어정쩡한 제도를 내놓은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음악 찾는데 두 달 걸렸다” 오징어게임 OST로 2등 거머쥔 피겨 선수
- “이재명 구속” vs “윤석열 퇴진”… 주말 도심서 집회로 맞붙은 보수단체·야당
- 수능 포기한 18살 소녀, 아픈 아빠 곁에서 지켜낸 희망
- 이재명 “우리가 세상 주인, 저는 안 죽는다”…野대규모 도심 집회
- [단독] ‘동물학대’ 20만 유튜버, 아내 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
- [단독] ‘제주 불법숙박’ 송치된 문다혜, 내일 서울 불법 숙박 혐의도 소환 조사
- ‘58세 핵주먹’ 타이슨 패했지만…30살 어린 복서, 고개 숙였다
- 美검찰, ‘월가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에 징역 21년 구형
- 아이폰부터 클래식 공연, 피자까지… 수능마친 ‘수험생’ 잡기 총력전
- “사법부 흑역사…이재명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 野 비상투쟁 돌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