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경제 사이 '남도의 고민'

정우천 기자 2021. 2. 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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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사이클 남녀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지난 1일 곧게 뻗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강진군청 제공
전국 각지의 프로·아마추어 골프 선수들이 지난 2일 전남 해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타구 연습을 하고 있다. 해남군청 제공

전남 지자체들 “동계훈련팀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

“훈련 필요한 팀 외면할 수 없어”

해남·강진, 진단검사 후 허용

체류지역 상인들 “그나마 숨통”

“그래도 시민 안전이 최우선”

여수·구례는 일찌감치 ‘불가’

따뜻한 날씨와 잘 갖춰진 체육 인프라 덕분에 해마다 ‘동계 전지훈련 적지’로 인기를 끌었던 전남지역 일부 시·군들이 올겨울에는 전지훈련팀 수용 여부를 놓고 현격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전파를 우려해 훈련 팀을 아예 받지 않는 곳이 있는가 하면,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켜가며 비교적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곳도 있다.

5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 도내로 전지훈련을 온 스포츠 선수는 25만7000명에 달한다. 시·군별로는 강진군에 가장 많은 4만4000여 명이 다녀갔고, 해남 2만8000여 명, 여수 2만7000여 명, 구례 2만4000여 명, 순천 2만1000여 명 순이다.

이번 겨울(지난해 12월∼올 2월)에는 양상이 다르다. 상위 5곳 중 여수·구례는 전지 훈련팀을 아예 받지 않았고, 순천은 수용 의지는 있으나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거의 받지 못했다. 반면 해남·강진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미리 받도록 한 뒤 수용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좋지만, 시민 안전이 우선이라는 방침에 따라 훈련팀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례군도 여수시와 같은 입장이다. 순천시는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이후인 지난달 18일부터 제한적으로 팀을 받고 있다. 현재 천안북일고 야구팀 등 3개 팀 100명가량이 훈련 중으로, 연인원은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번 동계 시즌에 가장 많은 훈련팀이 찾은 곳은 해남이다. 해남군은 방문 2주 전에 발열 체크해 이상이 없고, 방문 3일 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이 나올 경우에만 전지훈련을 허용한다. 또 장기 체류 팀에 대해서는 해남에 온 지 1주일 이내에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받도록 하고 있다. 또 2019∼2020년에 해남에서 훈련한 적이 있는 팀들에만 신청 자격을 준다.

해남군 관계자는 “과거에 찾아준 적이 있는 팀들을 매몰차게 대할 수 없어 훈련 기회를 드리고 있는 것이고, 코로나19 재검사는 잠복기에 잘 나타나지 않는 확진자들을 가려내 지역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남에는 지난해 12월부터 15개 팀이 다녀갔고, 20개 팀은 현재 훈련 중이다.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9481명에 달한다. 군은 앞으로 팀을 더 받을 경우 이번 동계 시즌에 훈련하는 팀은 지난해(191팀)의 25% 수준, 연인원은 지난해(2만8000여 명)의 35∼4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팀 수의 감소 폭에 비해 연인원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그만큼 장기 체류하는 팀이 많다는 얘기다. 다른 곳에서 훈련할 여건이 안 돼 쉽사리 해남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겨울 대다수 선수의 체류 기간은 14∼30일이었으나 이번 겨울에는 30일 이상이다. 최혜진 선수를 주축으로 한 골퍼 30여 명은 56일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육상팀은 70일간 체류한다. 해남군은 해남읍 우슬체육공원 내 축구장·실내 육상경기장·트레이닝센터 등 18개 스포츠시설을 집약해 놓았고, 자체 중장거리 육상팀을 운영 중이어서 육상 훈련 인프라를 특히 잘 갖추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3월 이후 손님을 거의 받지 못한 대흥사 지구의 숙박업소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태다. 객실 36실과 식당을 함께 운영 중인 임대영(49) 두륜각 대표는 “지난 동계시즌에는 객실이 100% 찼으나 이번에는 30% 정도 찼다”며 “동계훈련 선수들을 안 받는 시·군의 업소들에 비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강진군의 경우 예약된 팀을 포함하면 이달 말까지 29개 팀 연인원 6442명이 훈련하게 된다. 이는 지난 동계시즌에 261개 팀 4만4000여 명이 다녀간 것에 비하면 15% 수준이다. 매년 전지훈련팀의 70∼80%를 차지했던 초·중·고교 팀의 방문이 코로나19로 인해 막혔기 때문이다. 강진에서는 현재 여자프로골프 세계 1위 고진영을 비롯한 골퍼 20여 명과 여자 축구 국가대표 선수 등이 훈련 중이다. 남녀 사이클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은 지난 2일 훈련을 마쳤다.

강진군 관계자는 “많은 선수를 수용하려 했지만, 서울·경기·제주 등에서 거의 오지 않고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상황 호전 여부에 따라 추가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남·강진=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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