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한은 "작년 경상수지 753억달러 흑자, '불황형 흑자' 아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었지만..투자는 늘어"
해외 여행 감소·유가 하락·반도체 등 비대면 활동 수요 증가
흑자폭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이 서비스 수지 개선 영향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코로나19 속에서도 경상수지가 752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여섯 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다.
수출과 수입을 통해 달러를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보여주는 상품수지는 81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글로벌 생산 차질로 7.2% 감소했지만 수입이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8.8%나 감소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 이론적으로 보면 불황형 흑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작년엔 투자가 증가했다며 ‘불황형 흑자’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5일 국제수지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 여행 감소로 인한 서비스 수지 개선, 국제유가 하락 등에 의한 수입 감소 속에 비대면 경제활동과 관련한 반도체, 코로나19 진단키트, 항공 및 운송과 관련된 수요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한 영향”이라며 “다른 나라에선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이 커졌으나 우리나라는 방역 활동을 잘 하면서 (하반기 들어) 턴어라운드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별도 자료를 통해 “하반기 기준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568억달러로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 상품수지에서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불황형 흑자인가?
△상품수지 흑자폭이 개선됐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컸다는 점이 일조했다. 일견 불황형 흑자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불황형 흑자는 내수,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크게 감소하고 수출은 늘어나지 않을 때를 말한다. 작년엔 수입이 감소하긴 했으나 어떤 형태로 감소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40달러 내외로 떨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에 수입이 가격 요인에서 줄었다. 국내 경기 둔화로 수입이 줄었다면 소비, 투자 관련해서 감소해야 하는데 작년엔 투자가 늘어났다(작년 설비투자는 6.8% 증가했다). 자본재 수입이 꾸준히 지속됐다. 그래서 불황형 흑자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심해졌던 2019년보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이 더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다. 우리나라 수출·입 구조상 미중 갈등이 코로나보다 더 타격이 큰가?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생긴다. 중국 수출 물량이 위축되거나 중국 쪽의 반응으로 미국 수출이 위축된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를 통해 우회한 물량이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기회로 수출이 늘어나는 등의 간접 효과로 충격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봉쇄된 것이다. 이러한 간접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은 파급 채널이 다르다. 그로 인해 두 가지를 계산해서 말하기 어렵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오르고 있다. 상품 수지 영향은?
△ 원유 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다. 작년에는 국제 유가 하락이 상품수지 흑자폭 확대에 기여했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오르면 상품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작년 11월 경제전망에서 작년 경상수지 흑자폭을 650억달러로 예상하고 올해는 600억달러로 예상했는데 그 이면에는 원유가격 상승 등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전망 숫자는 2주에 경제 전망에서 확인해야 한다.
-작년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거의 못 갔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반토막(118억7000만달러 적자→56억3000만달러 적자) 나긴 했는데 해외 여행 못 간 것을 고려하면 더 적자폭이 줄어야 하는 것 아니냐?
△우리나라는 출국자 수가 입국자 수보다 더 많은 구조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러니 자연히 여행수지 적자폭은 개선될 수 밖에 없다. 밖에 나가서 덜 쓰니까. 다만 출국자, 입국자 수 감소폭(작년 11월까지 누적으로 출국자 수 84.1% 감소, 입국자 수 84.7% 감소)보다 여행수지 적자폭이 덜 개선된 것은 유학생 영향이다. 해외에서 1년 미만 체류자, 즉 유학생들이 쓰는 돈은 별로 줄지 않았다. 그로 인해 출국자 수 감소폭보다 여행수지 적자폭에서 개선되는 폭이 더 적은 것이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 폭 개선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연초엔 경상수지가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가 흑자가 안 되면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다. 그런데 하반기에 점점 개선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안전판 역할을 했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폭은 전년보다 156억달러 증가해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 2018년과 비슷한 규모가 됐다.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아직 안 나왔지만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4% 초반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국자 수 감소에 여행수지 적자폭이 줄어들고 운송수지 등 서비스 수지가 개선됐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작년보다 156억달러 증가한 것 중 106억6000만달러가 이쪽에서 기여했다. 유가 하락은 상품수지 개선에 영향을 줬다. 2분기 코로나 타격이 엄청 컸는데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비대면 활동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이 잘 됐다. 4분기엔 수출이 전년동기보다도 증가했다. 항공 운송 등에서도 기업들이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다른 국가들은 산업 수요 생산에 차질을 빚었는데 방역 활동을 잘 하면서 턴어라운드하는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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