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문선 "여성 독립운동가 김향화 덕분에 저도 용기 얻었죠"
19~2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생이라는 신분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어요. 저라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죠. 용기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울예술단이 경기아트센터와 협업으로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창작가무극(뮤지컬) '향화'를 선보인다.
수원 지역의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수원권번 일패(一牌·최고의 예인 등급) 기생 김향화(金香花) 열사의 삶을 통해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한다.
본명이 순이(順伊)인 김향화는 춤·노래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향기로운 꽃'이란 뜻의 기명처럼 성품도 인자했다. 무엇보다 수원 지식층과 교류하며 세상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종이 승하하자 기생들을 이끌고 대한문 앞에서 망곡례(望哭禮)를 올리기도 했다.
김향화는 1919년 3월29일 수원 지역의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다. "만세는 우리의 노래였어! 우리의 춤이었고!"라고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서울예술단 간판인 송문선이 김향화를 연기한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송문선은 김향화에 푹 빠져 살고 있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이시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소심한 면이 많아서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송문선도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한다.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팔을 걷어붙인다. "약한 사람이라고, 막내라고 함부로 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김향화를 맡게 되면서 좀 더 제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죠. 김향화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거죠."
김향화가 속했던 권번의 행수(우두머리 기생)는 관기였다. 이에 따라 김향화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자연스레 물려 받았다. 1919년 3월 독립만세운동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 경남 진주에서 기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이다가 체포됐다. 김향화는 진주 기생들로부터 자부심, 책임감 등을 함께 느꼈다.
수원지역의 독립운동가를 연구한 이동근 수원박물관 학예연구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유튜브 등을 보면서 김향화를 공부한 송문선은 김향화로부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실존인물인데다 그 당시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혹시 자신이 김향화를 다르게 표현하거나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럼에도,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고 있다.
캐릭터 표현뿐만 아니라 모든 춤에 능한 김향화의 몸짓을 풀어내는 것도 무대 위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칼춤, 삼고무, 검무, 장고춤을 연달아 춰야 한다.
그런데 애초 지난달 예정됐던 공연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졌고, 그 가운데 배우들이 모이기 힘들어지면서 연습을 못하는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해야 할 것이 많은데 준비하는 기간이 짧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짧은 시간에 검무, 승무 관련 강도 높은 레슨을 받고 정말 뼈 빠지게 연습을 했습니다."
송문선의 끼는 초등학교 때부터 발굴됐다. 방과 후 활동에서 가야금에 호기심이 생겼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아 판소리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야금 병창'을 익혔다. 국악예중과 국악예고를 나왔는데, 연기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중앙대 국악대학 음악극과에 입학했다.
퓨전 국악그룹 '미지' 보컬 출신이기도 한 송문선은 2016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했다. 그런데 출근 첫날 두 작품의 오디션을 동시에 봤다. '윤동주, 달을 쏘다'의 선화, '국경의 남쪽'의 연화 역에 그렇게 깜짝 발탁됐다.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전 배우는 시간이 있고 노래와 연기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있을 줄 알았는데 들어오자마자 '맨땅에 헤딩'을 하게 됐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같은 역을 연기하는 선배님을 따라하는데 급급했어요."
이젠 명실상부 서울예술단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꾿빠이, 이상'에서 이상의 여동생 옥희, 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의 조왕신,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루미, '금란방'의 매화 등 무지갯빛 색깔을 뽐내왔다.
하지만 송문선은 "마음에 여유가 생긴지 얼마 안 된다"고 겸손해했다. "저를 뮤지컬배우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어요.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시작을 해버려서, 부담감도 많았고요. 그런 압박감을 덜어낸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향화'는 송문선에게 확실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라는 말에 좀 더 어울릴 수 있는 모습이 됐으면 좋겠어요. 매번 성장하는,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코로나19 시기도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서울예술단 입단 후 매년 네 작품에 꼬박꼬박 참여해온 송문선은 "공연 준비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도 많고 괴로웠다"면서 "많은 분들이 마음껏 공연 보시고, 여행 하시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름 문선의 문은 글월 문(文), 선은 신선 선(仙)을 쓴다. 조용한 숲에서 글을 읽는 선비의 느낌을 풍긴다. 김향화를 실제 만나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묻자, 선비 같은 질문을 내놓는다. "극의 마지막에 기자가 향화에게 묻는 질문이 있어요. '만세 왜 불렀어요?'라고. 리딩 과정부터 눈물이 흘렀던 대목이에요. 저도 그렇게 여쭙고 싶어요. 진심을 직접 느끼고 싶어요."
한편 '향화'의 극작과 연출은 서울예술단 권호성 예술감독이 맡았다. 양승환 작곡가,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김혜림 안무가와 우현영 안무가 등이 뭉쳤다. 소리꾼 김나니가 송문선과 함께 김향화 역을 번갈아 맡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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