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급식 의혹' 교사 앞치마에서도 유해성분

약병에서 검출된 '모기기피제·계면활성제 성분' 추가로 나와
경찰, 영장 재신청 방침..해당 교사, 직위해제 소청 심사 청구

[경향신문]

‘금천 이물질 급식 의혹 사건’의 용의자 A씨의 약병에 이어 앞치마에서도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검찰이 A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한 가운데 경찰은 보강 증거 등을 토대로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 금천경찰서는 보완 수사 후 유치원 급식에 이물질을 넣은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아동학대·특수상해미수 혐의를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에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급식에 넣은 건) 물과 자일리톨, 생강가루였다는 A씨의 주장을 탄핵할 근거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A씨의 신병 확보가 중요한 만큼 추가 물증을 확보해 최대한 영장 신청을 서두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임상 증상과 관련해 소아과 전문의 등을 만나 의학적 소견을 듣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은 유치원의 1년치 폐쇄회로(CC)TV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 아이들의 급식통에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액체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A씨의 책상에서 수거한 약병 안에 있는 액체의 성분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해당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유치원 CCTV에는 A씨가 급식에 정체불명의 액체와 가루를 넣어 손으로 섞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아동들은 코피와 복통, 구토, 가려움증 등을 호소했다. 또 혈액 검사 결과 유해한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혈중 면역글로불린(Ig)E 수치가 정상인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4배까지 높았다. 지금까지 이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아동은 17명이다. 다만 경찰은 A씨가 급식에 넣은 물질이 무엇인지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건강검진 결과 피해 아동들의 체내에서도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A씨는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의사소통이 힘든 특수반 아이들에게 이물질을 묻힌 초콜릿 등을 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유치원 원아들 간의 분리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치원 학부모들은 “A씨가 유치원에서 4년간 근무한 것을 감안하면 피해 아동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A씨는 동료 교사들의 급식과 커피 등에도 정체불명의 물질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지난 1일 영장을 반려하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물과 자일리톨, 생강가루 등을 넣은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는 A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변호사에게 연락했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고, A씨 역시 휴대전화 착신이 정지돼 있는 상태였다. 유치원 측은 A씨를 직위해제했다. A씨는 직위해제가 부당하다며 소청 심사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