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가족과 둘러앉아 놀이하듯 읽어볼까?

기자 2021. 2. 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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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호랑이가 어흥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서양에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아동문학 작품이나 그림책을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다.

호랑이의 서식지가 벵골만이나 시베리아 같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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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왜 동물원을 나왔을까│마르 비야르│문주선 옮김│모래알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자주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호랑이가 어흥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서양에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아동문학 작품이나 그림책을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다. 호랑이의 서식지가 벵골만이나 시베리아 같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에 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디스 커가 1968년에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를 펴낸 것은 그 무렵 동양에서 온 이주자들이 영국에 속속 정착하고 있었던 정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당시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호랑이는 생경한 이주자들의 존재를 상징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나고 2020년 출간된 한국계 미국인인 테이 켈러의 동화 ‘호랑이를 잡을 때’가 올해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스페인 작가 마르 비야르의 2021년작 ‘호랑이는 왜 동물원을 나왔을까?’가 나왔다. 따끈따끈한 이 그림책 속에서 호랑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동물원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탈출한다.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단서는 속표지에 있다. 한윤섭의 동화 ‘해리엇’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이어지는 본문은 독자가 책 속에 숨은 호랑이를 발견하는 게임의 연속이다. ‘월리를 찾아라’처럼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거리 풍경 속에서 호랑이를 찾아야 하는데 몇몇 장면은 난도가 상당하다. 이 책은 긴긴 겨울밤에 혼자 또는 가족과 둘러앉아 놀이하듯이 읽기에 딱 알맞다. 호랑이를 다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면서 읽어도 좋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그림책 속 수많은 행인이 책 안에서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이다. 인종과 성별, 가족 형태와 장애 여부, 직업과 그 밖의 수많은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행인으로 등장하는데 그들이 다음 페이지에서 무엇을 하는지 발견하고 연결시켜 읽는 것만으로도 해가 저물 때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은 물론 사라진 호랑이 한 마리지만, 나머지 사람 중에도 자기 삶에서 주인공이 아닌 사람은 없다. 등장하는 식물과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후반부의 대행렬은 누구나 자신만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주제 의식을 잘 드러내는 명장면이다.

창의적인 독자들은 책 안에서 끝없는 이야기들을 찾아낼 것이다.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 ‘고슴도치 X’가 연상되는 선인장이라거나 인어 공주와 어린 왕자의 사랑 같은 숨은그림찾기 목록을 얼마든지 독자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비대면 시대에 심심한 어린이와 설날이 지루할 수도 있는 모든 분에게 권하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56쪽, 1만4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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