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의 '오늘의 미래는'>영상으론 못느낄 '기막힌 반전'.. 영화화 거부하는 SF

기자 2021. 2. 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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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92년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과학소설(SF)영화로, 영화의 완성도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SF작가로서 어쩔 수 없다.

'승리호'가 흥행하면 더 많은 한국 SF영화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이 반전을 놓고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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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닮았는가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92년 우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과학소설(SF)영화로, 영화의 완성도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SF작가로서 어쩔 수 없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 신기록까지 세웠으면 좋겠다. ‘승리호’가 흥행하면 더 많은 한국 SF영화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요즘은 그런 기대감을 품고 책을 읽는 편이다. 내가 읽고 있는 이 SF가 영화화되는 것을 상상한다. 소설보다 영화가 전달력이 더 높다거나 표현력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그저 하나의 이야기가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넘어갈 때 생기는 변화를 좋아할 뿐이다. 상상했던 것이 그대로 표현됐는가, 영화의 흐름으로 전환되며 무엇이 바뀌었는가, 따위를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텍스트를 벗어날 수 없는 소설 한 편이 있다. 우리의 사고체계와 인식이 완전히 제로가 되지 않는 한 절대로 영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소설. 바로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아작)다.

김 작가가 10년간 쓴 중단편집을 모은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의 표제작인 이 소설은 인공지능(AI)의 시점으로 우주비행선 선원들을 관찰하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의 화자인 AI는 타이탄의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한 우주비행선에서 위기관리를 맡고 있었으나 어떤 이유로 인간의 몸을 갖게 된다. 선원들은 인간의 몸을 갖게 된 AI를 얕잡아봄과 동시에 두려워하고, 폭력을 행하면서 AI가 자신을 공격하리라는 망상에 빠져 있다. AI는 선원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순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AI를 통해 소설은 ‘인간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이지만 모든 행동과 생각이 AI인 인간, 그리고 뚜렷한 인물상을 지닌 선원들의 모습은 이미지로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더욱이 배경이 우주비행선이다. 소설을 딱 절반 정도까지 읽었을 때, 나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장 넘기지 않아 그 생각은 ‘영화로 볼 수 없겠구나’라고 바뀌었지만.

영화로 볼 수 없을 거란 좌절감이 든 이유는 간단하다. 이 소설의 반전 때문인데, 이 반전은 텍스트가 아닌 이상 표현될 수 없다.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이 반전을 놓고 갈 수도 있다. 다른 매체로 전환될 때, 수용할 수 없거나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삭제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되면 이 소설의 다른 매력이 더 부각되리라.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AI조차도 끝끝내 ‘그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이 반전을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나의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고, 섣부른 좌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 소설을 영상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혼자서 몇 가지 가능성을 세워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건 우리의 편견과 인식이 제로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마 ‘얼마나 닮았는가’는 영원히 영화화되지 않으리라. 그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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