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북한] 북한경제 붕괴 예측이 빗나가는 이유?

박수성 2021. 2.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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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저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내재적 접근 따라 방대한 북 자료 담고, 통시적 사고 끌어내는 책
북한 실물 경제와 경제정책 모두 중요
내부에 경제성장 동력 있다고 판단하는 북한 당국
'자력갱생' 을 이념과 전략 삼아 반복·지속 강조
전략무기 개발 진전까진 자력갱생 전략 고수 예상
경제 혁신부문 중 '군수-민수 경제 결합' 진정성 갖고 추진 중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지난 1월에 열린 제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경제전략 미완에 대한 반성을 통해 세운 이번 경제정책은 성공할까요? 실패한다면 1990년대 이후 줄곧 제기되는 북한 경제붕괴 주장이 현실이 될까요? 아직까지 붕괴하지 않고 있는 북한의 경제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요, 이번 <창 넘어 북한>에서는 북한 경제전략에 주목하고 있는 유영구 저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을 소개하며 북한 경제를 이야기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박수성입니다.

오늘은 북한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제목은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입니다.

딱딱한 제목에 두 권으로 나눠야 할 정도로 두꺼운 책입니다. 유튜브에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책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책을 소개하는 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소련과 동유럽 공산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극심한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한꺼번에 전환하는 역사의 대전환이 있었습니다.

이들 나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북한은 대외교역이 한순간에 거의 제로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은 북한이 입은 타격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후에도 체제 생존전략으로 핵무기 개발을 선택한 탓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동유럽 국가들처럼 곧 경제가 붕괴할 것이며 그에 따라 심각한 체제 붕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게 대두돼 왔습니다.

그렇지만 무려 40년 가까이 계속된 북한 붕괴론 주장은 모두 '빗나간 전망'이었습니다. 최소한 북한 경제는 아직까지 붕괴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북한 전문가들 상당수가 여전히 북한 붕괴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 주장대로 북한은 머지않아 붕괴할까요?

지난 30여 년 동안의 경험은 그런 주장이 허구에 가깝다는 것을 웅변합니다.

그런 주장이 여전히 유력하게 대두하는 이유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객관적인 입장보다는 북한이 붕괴하길 바라는 입장에 치우쳐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런 희망적 입장 때문에 북한 경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보려는 시도가 충분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지난달 열린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을 확정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의 경제 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렸습니다.

그런 반성을 토대로 새롭게 제시한 경제정책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실패한다면 앞으로 5년 뒤 북한은 심각한 체제 붕괴 위기에 봉착하게 될까요?

우리에게 이 같은 궁금증은 말 그대로 '실존적'입니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쓴 표현은 아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제 느낌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답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유영구 씨입니다. 1985년부터 중국, 소련 문제와 함께 북한 문제를 공부해온 분입니다.

특히 저자는 40년 가까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한 문헌을 직접 찾아 읽으면서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직접 파악하는데 공부의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에 따라 북한을 공부해 온 대표적인 연구자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도 북한의 시각에서 북한 경제 정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설명하고 평가하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어 저자께 몇 가지 질문도 드렸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북한의 경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Point 1.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이 왜 중요한가?

외부 관찰자로서 북한 경제의 실상을 파악할 때 실물경제와 경제정책의 양면을 모두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물경제에만 많은 관심을 두는데 저자는 그보다 북한 당국의 경제정책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실물경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전해지는 정보가 실물 정보의 대부분입니다. 저자는 그런 정보들이 왜곡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경계합니다.

북한 경제는 여전히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성장률도 낮으며, 기초 생필품의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활력 있게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그러나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북한은 독자적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해온 역사가 있음을 설명하고 김정은 시대 역시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Point 2. 새로운 경제발전전략에서 가장 눈 여겨 봐야할 부분은?

단연 2권의 마지막 챕터인 ‘군수-민수 경제의 결합’ 부분입니다.

저자는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을 기본 부문과 혁신부문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본 부문은 먹는 문제의 해결, 지방경제 살리기 등을 말합니다. 혁신 부문은 일반적으로 금융제도의 혁신과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단번 도약과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북한이 새로 제시한 경제전략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 바로 군수경제의 많은 부분을 민수 경제로 전환하는 정책이 가장 혁신적인 대목이라고 평가합니다.

북한의 경제는 군대가 40%, 당이 30% 이상을 차지하며 민간경제는 비중이 30%도 채 안 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군대와 당은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과 특권을 바탕으로 가장 벌이가 좋은 부문을 독점해왔다고 합니다. 이런 왜곡된 자원 배분을 극복하지 않고선 북한이 경제난을 타개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북한에서 바로 이 문제를 혁신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저자는 앞으로 북한에서 국방공업 능력을 민수로 전환하는 정책이 정말 실행되고 있는지, 또 얼마나 빠르게 실행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8차 당대회에서 군수산업부문 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민간경제 전문가인 오수용을 임명한 점, 군대가 운영하는 식료공장, 축산 및 수산시설, 마식령스키장과 같은 건설, 기계공업, 배 건조 및 운항의 서비스업 등을 민간 용도로 전환해온 점 등을 군수의 민수전환 혁신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북한이 군수를 민수로 전환하는 과감한 혁신을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북한이 장기간 국방공업에 주력해왔고 김정은 시대 들어서 핵무력 건설을 진전시켜 국가 안보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더 이상 자원을 군수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하지 않아도 될 여력이 생겼다는 겁니다.

여기서 북한 주요 인물의 전력을 소상하게 꿰고 있는 저자만의 장기가 발휘됩니다.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리만건 전 조직지도부장과 같은 사람들이 바로 군수경제를 다뤄왔던 사람들이며 이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진행된 군수의 민수전환을 뒷받침해왔다고 저자는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힘이 세다는 조직지도부장들이 바로 군수경제의 민수전환을 맡아서 추진한다는 사실은 북한이 군수-민수 전환 혁신을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겁니다.

Point 3. 자력갱생 하면서 혁신이 가능한가?

자력갱생을 북한의 ‘항구적인 경제전략 노선’ 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해온 역사는 깁니다. 그렇지만 그런 역사에 대한 평가는 다소 왜곡돼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외부인들은 대체로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이나 체제 특성 때문에 받는 제재로 인해 고립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재가 풀릴 때까지 자력갱생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고 북한 당국이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저자는 북한에서 자력갱생은 혁명정신인 동시에 경제발전전략을 수행하는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합니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북한 경제정책의 역사를 소상히 살핀 책 1권에서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자력갱생을 경제발전전략으로 공표했습니다. 새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2019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새롭게 강조했고 김정은 위원장 권력 승계 이후의 신년사에서도 매번 자력갱생에 대한 강조는 빠진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해제될 수 없는 상황이며 북한으로선 국가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핵무기, ICBM, SLBM 등 전략무기 개발을 주도해온 리병철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적어도 전략무기 개발이 크게 진전되는 시점까지 북한은 자력갱생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입니다.

Point 4. 북한 경제는 왜 아직 무너지지 않는가?

저자는 북한 경제가 자생력이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뒤 진행된 전후 복구건설 시기부터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노선에 따라 ‘자기완결적인’ 경제구조를 구축해왔다는 겁니다. 그런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더 극심한 경제적 고립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또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건 고립된 경제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은 경제성장 동력이 내부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Point 5. 책을 소개하는 이유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책의 두께만큼이나 방대한 북한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북한이 유일적 영도체계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김정은의 말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김정은이 현지지도에서 했던 말들, 회의에서 했던 말들을 무수히 인용하면서 북한 경제전략을 정리했기 때문에,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두 번째, 김정은의 경제발전 전략을 단순히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원을 함께 짚고 있어서 사고를 통시적으로 끌어가는 점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저자는 1권에서 서술한 북한 경제에 관한 기초적인 사실들을 잘 모르는 상태에선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정보와 자료가 많으면 읽는 사이에 해석과 분석이 뒤따라 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의견은 최소화하고 북한의 수많은 문헌들을 읽고 해체해 분야별로 다시 모으고 있습니다.

읽어 보기를 권하기가 쉽지 않은 책인데도 굳이 소개한 건 읽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의문과 그에 대해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들이 가득하다는 제 소감 때문입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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