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자율차로 출발.. 에어택시로 도착, 미래도시 '마법의 양탄자' 깔린다

나윤석 기자 2021. 2.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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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바퀴의 이동│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이진원 옮김│소소의책

모빌리티, 디지털 혁명의 완성

이동수단은 ‘소유’ 아닌 ‘서비스’

공유 교통도 구독하는 시대

에어택시 10년내 SW운전 가능

LA 지하터널 ‘루프’ 건설 구상

혁명 도시로 UAE·상하이 주목

“첫 등장 이후 1세기가 지난 자동차는 향후 모빌리티 경제의 거물이 아니라 단지 굴러다니는 하나의 조각이 될 것이다. ‘모빌리티 혁명’은 자동차의 요구에 맞춰 조성된 도시 풍경과 삶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바퀴의 이동’을 쓴 도시 전문가 존 로산트와 언론인 스티븐 베이커는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 지하터널을 통과하는 전기차,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등 이동수단의 다변화가 이끌 미래를 이렇게 전망한다. 각 도시에서 진행되는 기술 실험의 현장을 직접 취재한 저자들은 “교통체증에 짜증 내고 미세먼지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토로하면서도 매일 몇 시간씩 도로 위에서 소비하는 시대가 급격히 저물고” 있음을 확인한다.

책에 따르면 ‘모빌리티 혁명’은 ‘인터넷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에 이은 디지털 혁명의 세 번째 단계다. 저자들이 소개하는 사례들은 이런 모빌리티 혁명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실감하게 한다. 우선 핀란드 스타트업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 글로벌’이 시범 운영 중인 사업은 회사 이름 그대로 ‘소유’가 아닌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을 지향한다. 구독자가 앱을 통해 목적지와 도착시간을 지정하면 앱이 여러 이동 경로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어떤 사람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트램역까지 가서 트램을 이용한 뒤 자전거로 목적지에 이를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택시나 해양 유람선으로 중간 지점을 경유할 수도 있는 방식이다. 기본 구독료는 물론 이동수단에 따른 별도 요금도 앱을 통해 결제하면 된다. 이 구독 서비스를 “도시에 마법의 양탄자를 깐 것”이라고 자평하는 개발자는 ‘자동차가 대부분 시간을 주차장과 차고에서 빈둥거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책이 거론하진 않지만 SK텔레콤·카카오·쏘카 등 국내 기업들 역시 마스와 유사한 형태의 ‘원스톱 교통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과학소설(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에어택시도 수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우버·에어버스를 비롯한 80개가량의 기업이 ‘하늘을 나는 택시’를 표방하는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저자는 대형 여객기가 ‘원양 항해선’이라면 에어택시는 정박지 주변을 드나드는 ‘쾌속정’에 가깝다고 비유한다. 에어택시가 현실화되면 도시엔 지하철역 규모와 비슷한 수십 개의 작은 비행 정류장이 생겨날 전망이다. 저자가 취재한 기업인들은 “당장은 인간 조종사과 함께 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2030년 말 즈음엔 소프트웨어만으로 에어택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교통체증에 대한 해결책을 하늘이 아닌 ‘땅 아래’에서 찾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에어택시가 추락하거나 타이어라도 떨어뜨리면 누군가의 목이 날아갈 것”이라며 로스앤젤레스(LA)와 라스베이거스 등에 지하터널 ‘루프’를 건설하고 있다. 최대 시속 240㎞에 달하는 자율주행 전기차가 터널을 주파하면 추락 위험 등에 대한 걱정 없이 교통체증을 대폭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머스크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책에는 떨어진 나뭇가지 등 가벼운 사고 요인까지 일일이 자율주행차에 경고해주는 차세대 지도, 3D 프린터로 만든 콘셉트카(시판 이전의 샘플 모델), 초고속 진공 튜브 열차 ‘하이퍼루프’, 택배를 실어나르는 드론 등 새로운 이동 생태계의 주역들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런 기술 실험과 함께 모빌리티 혁명을 주도하는 ‘도시’도 언급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곳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중국 상하이(上海)다. 두바이는 통치자의 막강한 권력과 무제한의 예산을 바탕으로 핵심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며 “2030년까지 교통량의 25%가 자율주행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상하이는 정부의 인터넷 감시 시스템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모빌리티 패권 선점을 노리고 있다.

‘교통체증의 상징’이던 LA의 변화도 눈에 띈다. 도로 혼잡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시민들은 교통 당국이 지하철 노선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도록 ‘가스세 인상’을 받아들였다. “체증 완화를 위해 기존처럼 고속도로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비만을 치료하려고 허리띠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 공감대가 모인 덕분이다. LA는 지하철 확충을 비롯한 전기차 공유 서비스 제공, 자전거 도로 확장 등 28개의 교통 프로젝트를 2028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용하지 않는 차고를 저렴한 주택으로 개조해주는 벤처 스타트업의 사업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사례를 살핀 저자는 안전성 확보와 해킹 등 사이버 보안 문제, 교통 시스템 재편을 위한 데이터 개방과 관리의 범위 등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한다.

물론 저자가 모빌리티 혁명이 완성되는 미래엔 자동차가 사라지리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여전히 자동차를 소유하더라도, 대다수는 ‘자동차 단일 문화’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꺼내 쓸 수 있는 옵션이 담긴 ‘모빌리티 옷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양복이 들어 있는 옷장으로의 변화는 더 빠르고 저렴하며, 더 친환경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모빌리티 혁명은 그렇게 우리의 삶과 일상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336쪽, 1만8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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