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대책, 2025년 전후 '입주 폭탄'에 집값 급락 가능성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1. 2. 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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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간은 서울 입주 급감해 전세난 불가피
전면 철거 재개발 활성화등 탈 이념형 정책 채택
규제 만능주의 벗어나는 계기 돼야

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인사이트- ‘2·4 대책’ 입주 쇼크 정말 오나.

건물을 보존하면서 주택 개량과 편의시설을 보완하는 '수복형 도시재생'을 고집하던 정부가 시장의 요구를 수용 전면철거형 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시가 수복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중인 서울 창신동.

‘공급 폭탄’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2·4 대책’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24번의 대책보다는 진일보한 정책이다. 세입자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 전세 물건 부족과 패닉바잉을 촉발시킨 ‘빵점’ 대책 ‘임대차 3법’이나 전세난을 유발한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의무화 정책 등 ‘대의명분형 정책’에 비하면 실용적 대책이다. 다만, 부작용을 양산한 엉터리 정책에 대한 반성과 정책 전환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투기만 잡으면 집값을 잡는다’는 무지로 규제를 남발하다 골든타임을 허비한 전임 장관과 달리, 변창흠 장관은 전문가답게 공급확대로 정책 전환을 선택했다. 시장을 아는 전문가인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무주택자에게 배신감과 정책에 대한 불신만 남길 뿐이다.

◇ 시장요구 반영한 전면 철거형 재개발 활성화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3000가구 등 전국에 83만6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추가 공급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2025년까지 80만 가구를 착공 혹은 짓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부지 확보’라는 어중간한 표현을 쓴 것이다. 규제 완화를 하는 대신 ‘공공주도+이익공유’를 결합, 특혜 시비와 좌파 단체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나서 시장의 요구를 일정 정도 반영해 공급확대로 정책을 전환했다. 시장의 요구를 거꾸로 반영한 24번의 이념형 대책과 달리, 시장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반영한 실용주의적 정책이다.

좌파 정치인들의 전매특허인 ‘수복형 도시 재생’을 고집하지 않은 것도 획기적이다. 한국의 주택정책을 좌우한 문재인 정부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70~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이른바 ‘수복형 도시재생’을 서울에서 실현하려는 꿈이 강했다. 수복형은 기존 주민들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건물을 보존하면서 주택들을 개량하고 주차장, 공원 등 편의 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전면철거’를 하고 새로 건물을 짓는 방식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수복형 도시재생은 80년대 운동권의 이념일 뿐 주민들도 불만족하고 결국 슬럼화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책에서 ‘주거상업고밀지구’(역세권), ‘주거산업융합지구’(준공업지역),’주택공급활성화 지구'(저층 노후)를 통해 전면 철거, 아파트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슬럼화하는 준공업지역 개발에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 산업시설 결합여하에 따라 직주근접형 ‘컴팩트 시티'로의 발전 가능성도 있다.

◇내년까지 서울 입주 급감, 대책 없어도 2025년 전후로 서울 집값 급락 가능성

GTX 가 개통되면 서울의 주택수요를 획기적으로 분산시켜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사진은 GTX 가상정류장 모형도

올해와 내년에 집값을 급등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없어도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2024~2025년 전후로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재건축규제로 착공이 미뤄졌던 서울 둔촌주공 등 주요 단지들이 2023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3기 신도시 입주도 임박하고 GTX도 이 시기에 개통되면서 서울의 수요를 획기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 여기다가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면 상당히 집값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2003년 2월 25일 ~ 2008년 2월 24일)가 규제에서 공급까지 모든 정책을 총동원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2010~2013년에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주택시장의 역사는 어떤 정부도 단기간에 집값을 잡을 수도, 부양할 수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파트 하나 짓는데도 3~4년, 신도시 개발에 10년 가까이 걸리는 게 주택시장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문재인 정부는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펴며 재건축, 재개발을 상당히 축소하고 지연시켰다.

이 때문에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9년 4만4000가구에서 2020년 5만 가구, 올해 2만7000가구, 2022년에 1만7000가구까지 줄어든다. 내년과 내후년까지는 전세난이 불가피하고 점점 더 희귀해지는 새 아파트 매매가 강세도 예상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입주물량이 늘어나고 주택시장이 조정받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은 시장 과열시킬 수도 장기적 시장 안정위해서는 부작용 불가피

정부가 서울에 30만 가구, 전국에 80만 가구의 부지 추가확보를 선언하는 것과 실제 공급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정부가 공약한 게 모두 이뤄졌다면 집값 대란이 벌어지지도 대책이 나올 이유도 없다. 공급 확대책의 상당 부분이 공공 주도로 재건축 재개발하는 것인데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간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이다. 공급은 부진하면서 개발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토지가격을 올리고 주변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 불붙는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 공급확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국토부도 “이번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기간을 평균 13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공급폭탄’을 언급하는 것으로 패닝바잉에 ‘심리적 안정’ 효과를 어느 정도는 줄 수 있다.

◇저금리 과잉유동성이 밀어올린 집값, 토지 보상금 등 부동자금 차단해야

근본적으로는 집값 급등은 공급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으로 주택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미국, 뉴질랜드, 영국 등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집값이 코로나에도 급등하고 있다. 현 정부가 마치 한국만 집값이 뜀박질하는 듯 규제를 남발하고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불신을 자초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한다면 집값을 단박에 잡을 수도 있다. 90년대 초반 일본은 과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규제로 부동산 버블을 터뜨렸다. 하지만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등 너무나 큰 경제적 희생을 치렀다. 영국이나 미국은 집값 급등했지만, 취득세 면제나 모기지 납부 유예 등 어쩌면 집값 부양책을 쓰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최악의 경제난에 빠지는 것을 막는데 집값 급등이 일부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과거의 발언과 정책이 얼마나 무지했고 무모했는지를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공산당 독재국가인 중국에서도 집값이 폭등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잉유동성에 대한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민을 지원한다며 지나치게 풀린 전세대출이 결국 전세금을 급등시키고 집주인에게 투자자금을 제공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수십조원으로 추산되는 신도시 토지보상자금, 급등한 증시에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는 자금의 흐름도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

◇장년 무주택자들은 불만, 정부 주택공급에 대한 장기 비전 제시해야

가점제로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청년층을 위해 85㎡ 이하 분양 물량을 늘리고 추첨제 비중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장기간 무주택을 유지한 장년층에는 불리한 제도이지만,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추첨제 물량을 30% 늘린다고 해도 분양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청년층 불만이 줄지 않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요술방망이는 만화 속에서나 존재한다. 현실적 대안을 장기적 비전을 갖고 마련해야 한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강남권 집값이 아니다. 출퇴근이 편리하고 교육 등 좋은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에서 내 집을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저렴하게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철망을 통해 도쿄 도심과 연결하는 출퇴근가능권을 대폭 확대해 놓았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다양한 급행열차로 빠른 출퇴근을 보장해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책에 광역교통망과 연계된 대책이 빠져 있는데, 앞으로 이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양도세와 일반재건축의 규제 완화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에서도 실용주의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변창흠 장관은 대책발표 후 “일반 재건축 규제와 양도세 완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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