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면접관으로..격이 다른 광주은행 채용비리

2021. 2. 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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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정유라' 그들은 왜 당당한가] 노골적이고 대범한 채용비리

[김보경 <셜록> 기자]
광주은행 홍보실의 공식 멘트를 먼저 들어보자.

"우리 쪽 채용비리는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례가 아닙니다."

광주은행의 잘못은 다른 은행의 비리와는 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의견은 <셜록>이 광주은행을 본격 취재한 작년 12월 초에 나왔다.

광주은행의 채용비리는 정말 격과 레벨이 다를까? <셜록>이 검증해 봤다.

광주은행 임원 딸은 2015년 6월 신입사원 공채 때 부정하게 입사했다. 광주은행은 지역 대학교에서 지원자를 추천받아 정규직 행원을 채용했다. 대학 추천 인원은 각 학교 별로 차등해서 할당됐다.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조선대학교는 2015년경 광주은행에 추천할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을 예고했다. 양OO 광주은행 업무지원본부장의 딸 양정일(가명)은 이 추천전형에 지원했다.

조선대학교에는 광주은행이 입점해 있다. 여기 지점장 출신 이OO 씨가 면접관으로 선정됐다. 양정일의 아버지가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딸 양정일이 추천전형에 지원했으니 잘 부탁하네."

이 씨는 양 본부장의 딸에게 만점(30점)을 줬다. 양 씨는 모교 추천으로 광주은행 공채에 지원했다.

광주은행 인사부 직원들은 서류전형 평가 중 양 본부장의 딸이 지원한 사실을 알았다. 지원자 양 씨는 자기소개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통해 부친의 광주은행 근무 사실을 노골적으로 알렸다.

인사부 직원들이 자기 딸의 공채 지원 사실을 알았다는 걸 양 본부장도 인지했다. 그는 은행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거나, 평가자를 교체하는 등 공정한 채용을 위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궤변으로 후배 인사부 직원들에 함구령을 지시했다.

"내 딸이 지원한 사실이 공개되면, 오히려 채용의 공정성이 훼손될 거야."

▲ 광주은행. ⓒ연합뉴스

직원 인사 및 채용 부문을 총괄하는 영업지원본부장의 눈치를 본 결과일까? 후배 인사부 직원들은 서류전형 중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지원자 양 씨에게 만점을 줬다. 만점은 전체 지원자 101명 중 8명만 받을 수 있는 점수였다.

양 씨는 서류전형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1차 면접에서부터 아버지가 움직였다.

양 본부장은 면접관 9명 중 4명을 인사부 소속 직원으로 구성했다. 아버지는 2차 면접전형에선 더 과감했다.

양 본부장은 아예 자기가 면접관으로 들어갔다. 그는 딸에게 2차 면접 최고 점수를 19점을 줬다. 양정일은 '지인 찬스'와 '아버지 찬스'를 통해 광주은행 입사에 최종 합격했다.

광주지방법원(판사 황혜민)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양 본부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19년 8월 22일 선고했다. 양 본부장은 항소했지만, 기각 판결을 받았다. 그의 유죄는 2020년 5월 20일 확정됐다.

아래는 1심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피고인 양OO 본부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이OO에게 대학추천전형 단계에서 부터 청탁을 한 점을 비춰보면, 자신이 총괄하는 광주은행 업무지원본부 산하의 인사부 직원들이나 같은 부행장급인 2차 면접관들에 대한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광주은행은 "당행은 지원자가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한 사례와 관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광주은행 채용비리는 채용절차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로 인한 사례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엔 2016년 광주은행 공채를 보자. 당시 서OO 광주은행 업무지원본부장, 황OO 인사부장 등이 비리를 주도했다.

서 본부장과 황 인사부장은 2016년 11월경 이뤄진 1차 면접 전형에서 점수 조작을 통해 불합격자 9명을 합격자로 바꾸도록 인사부 직원들에 지시했다. 이들은 합격자 12명을 불합격자로 조작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총 21명의 운명이 뒤집어진 셈이다.

2차 면접전형에서도 지원자들의 점수는 조작됐다. 서 본부장과 황 부장은 광주은행이 입점한 동신대학 출신 지원자 김OO의 등수를 합격권으로 조작하는 데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합격권에 있던 다른 지원자가 탈락됐다.

광주은행의 조작은 입점 대학과 거래관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경북 안동대 총장이 연루된 신한은행, 지역 병원 관리이사와 연관된 대구은행 채용비리 역시 ‘입점 은행’ 제도와 관계가 있었다.

광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더 치밀했다. 서 본부장과 황 부장은 향후 점수조작이 발각될 걸 대비하고자 각 면접관들에게 협조까지 구했다. 이들은 면접관들이 매긴 면접 등급을 상향 조작된 점수에 맞춰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부정한 방법으로 5명이 2016년 공채에 최종합격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서 씨와 황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 모두 항소했지만, 기각 판결을 받아 2020년 5월 20일 유죄가 확정됐다.

점수 조작으로 부정하게 합격한 최종합격자 5명은 여전히 광주은행에 다닌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황 전 인사부장 역시 그동안 무사히 광주은행을 다녔다.

광주은행은 인사규정상 당연퇴직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은행은 그동안 ‘금고이상의 형’에 집행유예를 자의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피고인 황 씨를 한동안 퇴사시키지 않았다.

광주은행은 언론의 집중보도와 작년 국정감사 이후에서야 후속조치를 마련했다. 광주은행은 지난 1월경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고, ‘금고 이상의 형’에 집행유예가 포함되도록 인사규정을 즉시 개정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황 전 인사부장은 국정감사 이후인 작년 12월 말경 은행을 퇴사했다. 광주은행은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 및 피해자 구제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광주은행은 "다른 은행의 사례를 관찰 중이며,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채용비리 피해자 12명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고, 부정입사자 5명은 여전히 은행을 다니고 있지만, 책임자인 광주은행은 손을 놓고 있다.

광주은행의 채용비리는 노골적이고 대범하다는 특징이 있다. 부산은행은 부정입사자를 최근 퇴사 조치했다. 우리은행 역시 부정입사자 일부를 내보냈다. 광주은행은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다.

광주은행, 역시 격이 다르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김보경 <셜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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